수교 20주년,

러시아에 태권도·퓨전국악 홍보

강동권 KTA국가대표 태권도시범단원 26세/서울공고,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 태권도학과, 상명대 체육과 졸업. 정부파견 사범으로 2년6개월간 파라과이 경찰대학 지도.

개인적으로 러시아 방문은 두 번째다. 21살이던 6년 전 처음 국가대표 시범단원이 되고나서 파견된 나라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였다. 이번 두 번째 방문에선 하바로프스크와 노보시비르스크, 두 도시에서 시범을 하게 된다. 두 도시 모두 모스크바와는 다소 거리가 먼 곳이다.

시범 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설레는 마음은 6년 전과 같았다. 하지만 한 번 가 본 나라라는 데서 약간의 안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아침 10시 비행기여서 일찍 공항에 가야 했기에 꾀나 분주했다. 집이 김포인지라 인천공항에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나 싶었는데 이미 다른 단원들이 먼저 도착해 시범물품을 나르고 있었다.

이번 파견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러시아의 두 개 도시를 선정해 그곳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행사다. 그래서 특별히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인 태권도팀과 국악팀을 초청했다 한다. 태권도 쪽에서는 대한태권도협회 유호윤 부장, 국가대표시범단의 이춘우 단장과 노정환 트레이너, 그리고 단원 17명이 일행이었고, 국악 팀으로는 미지라는 퓨전 국악팀이 우리와 일정을 함께 하게 됐다. 앞으로 9박 10일간 국가대표 태권도시범단과 퓨전국악팀 미지팀이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문화행사의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하바로프스크와 노보시비르스크에 한국 문화를 알리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우리는 벌써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했다. 중국과 흑룡강이라는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하바로프스크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5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항에 내려서자 딱딱한 러시아의 공항 건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20년 전의 소련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공항 청사에 들어서서 직원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아직도 러시아는 소련 시절의 사회주의를 버리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 나라의 최고의 서비스직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 직원들이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무뚝뚝한 그들의 행동과 말투는 불친절하게까지 느껴졌다. 첫날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만 쓰는 것 같아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지만 첫날 내가 느낀 러시아는 불친절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가진 나라로 다가왔다. 덩달아 내 기분도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도착한날이 공교롭게도 하바로프스크 도시 탄생 152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밤이 되니 하바로프스크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 아무르강(흑룡강)에서 대단한 폭죽 잔치를 벌이는 것이 보였다. 계획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연치고는 참 재미있는 우연이었다.

러시아에 온 2일째, 오늘은 정말 긴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부터 훈련를 가졌고 점심때는 눈조차 제대로 뜨기 어려운 따가운 햇볕 아래서 야외 시범을 보였다. 곧바로 이어서 2시간에 걸쳐 겨루기 세미나, 마지막으로 동행한 퓨전국악팀 미지의 공연관람… 숙소에 돌아와서는 거의 모든 단원들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하루였다.

오늘 야외 시범은 강 건너 중국이 바라보이는 아무르 강변의 공원 광장에서 했다. 야외 시범은 실내 시범과 달리 관객들의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매우 힘든 편이다. 그런데 이번 아무르 강변 야외 시범에서는 공원 중앙에 설치된 매트로부터 50여 미터 안에는 단 한명도 들어오지 못하게 경찰이 바리게이트를 쳐 놓았다. 당연히 관중들의 집중도는 더욱 떨어졌고 우리도 마치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듯한 기분에 힘이 점점 더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이 화려한 태권도 격파에 신기해 하기는 했으나 멀리서 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경찰이 우리의 시범을 도와준 것인지, 방해 한 것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계속>

강동권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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