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는 멧돼지가 줄기에 등을 문지르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Why should the oak care if the boar rubs his skin on its trunk?)

한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요즘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0년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음식 문제를 이광배 사범님의 부인을 비엔나로 초청함으로써 해결했다. 최소한 음식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하라 사막 녹슨 물탱크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는 우리 태권도 사범님의 힘의 유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더 큰 어려움은 한국인 고단자 사범님의 심리적 부담감에 있었다. 부지런하고 운동도 잘하고 순종적인 한국인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인내심 부족하고 집중력 떨어지고 운동 신경도 떨어지는 코 큰 제자들을 가르치려니 한국 사범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수련생들이 사범님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범님도 수련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언어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인종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를 좁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많은 수련생들이 상호간의 다른 이해와 기대감 때문에 도장을 떠나갔다.

전통적인 방식에 의하면 사범은 제자들에게 그의 지식과 지혜를 선물로 주는 것이다. 제자들은 돈으로 사범님께 배운 것을 갚을 수 없다. 사범님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은 기본 요구 사항이 된다. 대신 제자들은 사범님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나이가 들면 정성으로 모셔야 한다.(The traditional way of teaching is that a master presents his knowledge and his wisdom to his students as a gift. They never can pay him completely with money, but with their loyalty and respect. In return, they will look after their 'father' when he gets old and assist him in any way.)

그러나 현대 서양식은 이와 다르다. 태권도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사업일 뿐이다. 학생이 학교에 돈을 내면 선생은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돈을 낸 것에 비해 배우는 것이 적다고 느끼면 후회 없이 약간의 죄책감도 없이 돌아서서 새로운 트레이너를 찾는다. 다른 도장에 가면 이러한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그러니 사범은 수련생들의 충성심이나 지속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

서양 수련생들은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인 관계나 의무감에 붙들려 있지 않다. 더욱이 자신이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도장을 차려놓고 옛 사범님의 수련생들까지도 데려간다. 나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안 일어날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윤리적인 태도와 사회적 관계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보다 덜 일어날 것이다. 다행히도 역사는 되풀이되기에 같은 일이 새 사범에게 일어나면 그는 누구보다 더 많이 수련생들이 자신을 존경하지 않고 충성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사범은 이런 일들에 대해 무심해진다. 수련생들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대해 민감해지지 않는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떡갈나무는 멧돼지가 줄기에 등을 문지르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Why should the oak care if the boar rubs his skin on its trunk?) 태권도 사범은 물론 우리 모두 이러한 평상심(tranquility)에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게도 고민의 시간이 왔었다. “학교를 마치고 대학교 전공을 살려 진짜 직업을 구할까, 아니면 태권도를 계속해야 하나?”(Should I finish my study and try to get a 'real' job according to my university education or stick to taekwondo?) 직장을 구하게 되면 태권도 수련생들을 전과 같이 가르칠 수 없다. 도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당시 비엔나에서 내 도장은 잘 나가고 있었다. 태권도를 계속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들락날락거리는 수련생들을 보면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나는 당시 내 미래 삶의 기로에 서 있었다.

노베르트 모쉬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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