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느냐, 아니면 도태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통을 감내한 독수리만이 70년까지 생존하듯이 태권도장의 지도자들도 위기 속에서 자기혁신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한다.”

안용규 한국체대 교수는 지난 12～13일 강원도 고성 경동대학에서 열린 ‘2006 태권도지도자 자아혁신세미나’에서 현재 태권도계의 상황을 독수리의 일생에 비유했다. 

주제발표를 한 손성도 관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독수리의 최대 수명은 70년 정도인데 대부분이 40년 가량 생존하게 되면 몸에 노화가 오게돼 죽거나 혹은 반년에 걸쳐 갱생 과정을 거치고 이후 30년을 더 사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단다.

안 교수는 이날 ‘태권도교육의 의미 찾기’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현재 태권도장은 존폐의 위기에 봉착했으며 죽느냐 사느냐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태권도장 사업은 독수리가 누려왔던 젊은 시절처럼 도장을 차려놓기만 해도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나은 경제적 이득이 보장되고 지역사회로부터 존경까지 받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

저출산에 의한 어린이 인구의 감소와 늘어나는 도장의 숫자로 태권도 수련생의 숫자는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사교육 투자 감소, 레저스포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체육인구의 이동, 태권도가 갖는 사회적 이미지와 가치 하향추세도 한 몫 했다.

특히 현 정부가 2004년부터 공교육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방과후 교실운영 활성화를 도모한 것은 전국의 태권도장을 존폐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방과후 교실로 인해 학생들이 도장을 찾는 주요 시간대인 2～6시에 도장을 찾는 수련생의 수가 대폭 감소되고 영어나 수학과 같은 주요 교과목과는 달리 비교적 입시와는 관련성이 적은 태권도가 사교육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 탓이다.

이밖에 경기위주의 수련체계 및 저학년위주의 놀이형 교육방식 등도 태권도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이런 시점에서 태권도계는 태권도 관련기관의 조력을 바탕으로 태권도장이 스스로 교육의 질적 변화를 모색하고 놀이교육에서 무도성 인간교육의 장으로 전환돼 신체교육을 통한 정신교육의 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 우진태권도장 손성도 관장은 ‘태권도장 경영 핵심 사항’이라는 주제로 도장경영의 노하우를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여주 경희태권도장의 이종천 관장도 ‘태권도장 교육안 작성법’을 강연했고, 정재환 국기원 시범단 부단장은 ‘태권도시범 지도 유급자 교육안’을 통해 일선도장 지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도장 경영 비법을 소개했다.

한편 대한태권도협회에서는 류호윤 기획부장이 나와 ‘태권도 생존 경쟁력 제고를 위한 뉴태권도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류 부장은 지난달 12일 시도협회회장 및 전무이사 간담회에서 이미 뉴태권도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2006 태권도지도자 자아혁신세미나’는 올해 대한태권도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 중 하나다. 전국 4개 권역 도시를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 해당 지역이 아닌 시도협회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당초 계획이 변경됐다. 이번 세미나는 전국의 시도협회 중 가장 먼저 개최해 줄 것을 요청한 강원도에서 처음 열리게 됐다.

강원도 지역의 도장 지도자들은 이번 세미나에 대해 매우 흡족해 했다. 그동안 이런 행사를 거의 접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는 강원도 태권도 지도자들은 초등학생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강사들의 강연에 집중하는가 하면 토론시간에는 열띤 질문공세로 세미나의 열기를 더했다.

KTA 도장분과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96%의 지도자들이 이번 세미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 분위기다.

세미나에 참석한 강릉의 한 관장은 “태권도계의 현주소를 직시하는 시간이 됐다”며 “태권도계가 당면한 상황에 대해 모르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고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은경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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