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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황제심사’ 프레임에 갇힌 비정규심사의 그늘비등록도장의 비정규심사 승인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
  • 양택진 기자
  • 승인 2019.12.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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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강원도 인제의 한 태권도장에서 수련생 2명을 대상으로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승인한 비정규심사가 치러질 뻔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당 비정규심사는 ‘황제 승단심사’, ‘편법’, ‘부정심사’ 등의 프레임에 둘러싸였다. 대형 공공체육관에서 수천 명이 품·단 심사를 보는 광경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특혜로 보일만도 했다.

국내 시도협회 심사 장면.

과연 ‘황제 승단심사’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논란이 된 이번 비정규심사를 ‘황제 승단심사’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타당한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비등록도장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규심사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사례다.

KTA는 2016년 1월 18일 ‘미등록도장 심사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소속시도내에서 정규 심사와 분리하여 별도 시행하되 대한태권도협회는 감독관을 파견한다’고 심사관리규정을 개정했다.

미등록도장 혹은 비등록도장은 KTA 회원 도장이 아닌 도장을 뜻한다. 자의로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등록을 하고 싶어도 여러 이유로 등록을 하지 못한 도장들이다.

비등록도장이 불법 태권도장은 아니다. 엄연히 지자체에 체육시설업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KTA 회원 도장만 아닐 뿐 태권도장이다.

비등록도장은 국내 17개 시도협회가 치르는 정기심사에 합법적으로는 응심할 수 없다. 심사추천 ID가 없기 때문이다. 등록도장이 되어야 심사추천 ID를 부여받는데 비등록도장은 심사추천 ID를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비등록도장은 심사와 관련해 여러 편법을 동원했고, 등록도장 ID를 도용해 타지역으로 가 응심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비정규심사가 만들어졌다. KTA는 규정에 정해놓은 요건과 절차에 따라 비정규심사를 승인하고, 응해야 한다.

국기원은 비정규심사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등록 및 비등록도장은 KTA 회원도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일뿐이고, 국기원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심사 승인의 제한 요건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산정이다.

비정규심사의 원가산정은 등록도장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시도협회의 입장 등을 고려해 현실과 맞지 않는 높은 원가산정 기준을 내포하고 있다. 높은 원가산정으로 비정규심사를 제한하겠다는 암묵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비정규심사의 경우 공공체육시설인 원주치약체육관을 대관할 경우 드는 비용을 원가산정에 반영했고, 따라서 심사인원 2명을 대상으로 그 비용이 1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비정규심사는 반드시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국내 시도협회 등록도장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가 그 인원과 규모로 인해 대형 공공체육시설을 대관해서 사용했을 뿐 어디에도 이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국기원 태권도 심사관리규정 제15조(심사시행의 점검사항 등)와 심사관리규칙 제21조(심사장 제반시설 등)는 기본동작과목, 품새과목, 겨루기과목, 격파과목, 응시자 대기 장소 등에 필요한 공간 확보와 매트 조건, 소방시설 및 재난시설, 화장실, 주차장 등을 평면도와 배치도로 구분해 놓았지만 공공 체육시설을 대관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지 않다.

또한 비정규심사를 사전에 정해놓은 연간일정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비정규심사를 연간일정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의 모순이다.

따라서, 국기원 심사시행 제반시설 등에 부합하는 비등록도장이 원가산정에 따른 고액의 심사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비정규심사를 원할 경우 KTA는 이를 승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짚을 점은 비등록도장의 비정규심사를 막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심사추천 ID 도용을 부추기는 것이다.

비정규심사 도입 이후 KTA는 두 번의 비정규심사를 승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체 태권도장의 약 5% 내외로 추정되는 비등록도장은 과연 어떻게 승품단 심사를 봤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것이 바로 태권도계가 정해 놓은 규정에 벗어나는 불법 응심이다.

따라서 이번 비정규심사 사건이 던져주는 시사점은 ‘황제심사’, ‘부정심사’의 프레임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비등록도장과 이들의 비정규심사 응심요구를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수용해야 하는 심사규정 사이의 맹점에 있다.

즉, 등록도장, 엄밀히 말하면 시도협회 등록도장과 시도협회의 현실적 이익을 보존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더 강력한 수준의 형태로 비정규심사를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비정규심사의 조건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해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인 것이다.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등록도장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해외심사까지 포함해 그 틀을 수립하고, 올바르고 공정한 심사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 던져진 하나의 메시지이다.

혹자가 말하는 대로 ‘그건 말도 안되는 것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든가 ‘부정심사’라는 주장은 단견일 뿐이다.

비등록도장의 비정규심사를 어떻게 심사구조 속에 합리적으로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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