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로는 요즈음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며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동네 야산에 올라 몸을 단련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지난 2008년 동네 목욕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간 후로는 기운은 물론 기억도 예전 같지 않다며 특별한 병명 없이 열흘간 병원치료를 받은 후 체중도 줄고 몸도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그런 김 원로가 무슨 일로 국기원에 나오셨느냐고 묻자 “이교원, 이종우, 김인석 씨들을 만날 수 있다기에 시간을 내어 왔는데 약속 어긋났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상철, 이희섭 씨 등  후배들을 만나 반가웠다”고 말한다.

요즘 논란을 빚고 있는 국기원 법정법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는 기자에게 김 원로는 격앙된 목소리로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굴복하지 않고 지켜온 우리 태권도와 국기원을 왜 이제 와서 정부에게 넘겨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기원 법정법인화에 대한 반대 소신을 밝혔다.

김 원로는 “태권도는 태권도인들이 주인이 되어서 발전시키고 유지해 가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태권도를 예속시키려 들지 말고 태권도인들이 자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끔 보호해주고, 세계 속의 태권도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원로는 2008년 병원 치료 후 창무관 총관장 자리를 김중령 씨에게 넘겨주었다며 이제는 여생을 홀가분하게, 조용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나온 태권도 인생 50년을 더듬으며 그는 “내 인생에 후회도 없고 여한도 없다. 인생은 가는 거야, 이제는 아무 생각도 안하며 오로지 태권도가 잘되기만을 기원할 것”이라고 한다.

김 원로와 자리를 함께 했던 이상철 국기원 대책위원장은 “김순배 관장은 덕으로 제자들과 후배들을 다스렸다. 막말은 물론 반말도 안하시고 명령이나 파쇼도 없었다. 항상 합리적이며 균형에 맞게 일처리를 하신 분”이라며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랐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사는 큰딸 식구를 포함해 슬하 1남 3녀의 가족 20명이 함께 말레시아에서 조촐한 팔순연을 치렀다는 김순배 원로는 아직도 국내외 제자나 후배들이 자주 찾아주고 전화도 자주 온다며 즐거워했다.

김순배 원로는 이종우, 김순배, 이교윤, 김인석 원로 등과 함께 태권도 1세대로 활약하며 창무관 총본관장과 국기원 고문직을 역임했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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