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을 마친 인성효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지도자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 아파트 상가에는 최소 한 개 이상의 태권도장이 있게 마련이다. 심지어 한 건물에 3~4개의 도장이 들어선 경우도 다반사다. 빽빽이 늘어선 학원 간판들 사이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태권도장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태권도장이 없었다. 1천 세대 가량의 아파트가 있었지만 유일한 초등학교인 갈원초등학교 전교생이 고작 150여 명이기 때문에 도장이 쉽게 들어설 수 없는 환경이었다.

▲ 추삼영 관장의 가족 사진.

 
그런 탓에 이 마을에서 태권도를 배우려면 10Km가 넘는 먼 곳의 도장에 다녀야 했다. 차를 타면 몰라도 초등학교생들이 태권도 배우러 다니기엔 불편한 일이었다. 학부모들도 행여 생길지 모를 안전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주에서 도장을 운영하던 추삼영(47) 관장은 우연히 이 마을 아파트로 주거지를 옮겼다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10Km 이상 되는 먼 거리를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매일 왕복한다는 것이 걱정되었지요. 이 마을 아이들에게 내가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청주 도장을 처분하고 이곳에 도장을 개관했습니다.”

2년 전 일이다. 그래서 세운 도장 이름이 인성효태권도장. 인성과 효가 가장 중요하다는 추 관장의 주관이 묻어나는 명칭이다. 추 관장은 부모의 사랑을 깨우치는 것만으로도 교육은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도장에는 의외로 수련생이 많다. 갈원초등학교 전교생 중 반 이상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학교 측의 지원도 컸다. 오창섭 교장은 학생들이 태권도를 수련하는 것이 건강 증진과 인격 함양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 적으로 태권도 수련을 추천하고 있다.
 

▲ 추삼영 관장이 새내기 수련생에게 지르기 동작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도장을 휘청거리게 했던 신종플루도 인성효태권도장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추 관장은 행여 자식 같은 아이들이 잘못될까 하는 우려에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각종 운동을 실시했고 직접 홍삼을 달여서 모든 수련생에게 먹이기도 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도 태권도장 수련을 적극 추천했다. 평소 도장에서의 태권도 수련으로 면역력이 높아졌다면 신종플루 따위는 아무 걱정도 없다고 학부모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도장 몇 개씩 가지고 있는 베테랑 관장들도 무섭게 만들었던 신종플루였지만 이 도장에서는 감기와 다를 게 없었다.
 
학교에서 태권도장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2년간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며 보여준 추 관장의 정성이다. 아이들에게 친부모 이상의 정성을 쏟았고 아이들도 빠르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있긴 하지만 이곳은 시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순수하고 모든 교육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도장 관장으로 이곳에서의 수련생 지도는 다른 곳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을 줍니다.”

오래지 않아 학교에서도 추 관장의 그런 정성과 노력을 알게 됐다. 덕분에 지금은 학교와 함께하는 여러 가지 연계수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도장 행사에 학교 운동장 대여 등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사실 다른 곳에서 도장을 개관하라는 유혹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이곳에서 느꼈습니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을 하며 이곳에 영원히 머물 것입니다.”

청원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인성효태권도장 추삼영 관장에게서는 부와 명예를 쌓았다고 자부하는 수도권 관장들에게서 볼 수 없는 행복이 느껴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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