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태권도연맹의 자체 심판진 구성과 운영에 제동이 걸릴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KTA)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경남의 오승철 대의원은 “한국중고연맹이 개최하는 대회에서 연맹이 자체적으로 심판진을 구성, 운영하는 것은 심판의 공정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KTA가 직접 심판진을 파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안건에 없던 문제 제기여서 총회장에서의 토론은 진전되지 않았으나 총회가 끝난 후 회식 석상에서 홍준표 회장이 KTA 기술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해 새로운 이 문제는 새 전기를 맞게 되었다. 양진방 사무총장은 KTA 기술전문위원회(의장 윤웅석)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운영이사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KTA 대의원총회에서 제기된 중고연맹의 자체 심판진 운영 문제는 지난해 중고연맹의 김충열 회장 선출 이후 이사진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출범 1년 만에 상임부회장과 전무이사를 비롯한 보직이사 전원이 사퇴하는 불상가가 일어났으며 갈등의 요인이 된 심판진 운영 문제에까지 불똥이 튀게 된 것이다.

KTA의 중고연맹대회 심판진 운영권한 회수에 대해서는 일선 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태권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시도협회의 J 전무이사는 “대다수 시도협회들이 중고연맹의 심판진 운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니어선수권대회 등 청소년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서도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형편”이라며 청소년대회에서의 판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중고연맹의 자체 심판진 운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K고 감독도 “비주류라는 이유로 게임에서 이기고도 판정에서 지는 일이 중고연맹대회에서 비일비재했다. 문제가 있어도 불이익을 우려해 드러내고 얘기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중고연맹대회의 KTA 상임심판 도입을 적극 반기는 입장을 보였다.

경남의 Y고 코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코치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서로 불신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심판을 볼 수 있겠냐”며 연맹 발전은 외면한 채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는 이유도 심판 운영권 때문이므로 속히 KTA 상임심판을 파견해 지금과 같이 중고교 지도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지 않게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KTA 상임심판 파견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중고연맹의 한 관계자는 “중고연맹의 심판진 운영은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다. 올해부터는 여성연맹도 자체 심판을 선발하는데, 중고연맹 심판진 운영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더 문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고연맹의 K 상임심판은 “심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속상하다. KTA 상임심판 선배들도 잘하고 있지만 중고연맹 상임심판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태권도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는 심판들에게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18일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보직인사를 단행한 중고연맹 김충열 회장은 KTA 대의원총회에서의 심판진 운영 문제 제기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중고연맹은 지난 2일 겨루기 상임심판원 교육대상자 108명을 최종 발표하고 전주대학교에서 9일부터 사흘간 KTA상임심판교육에서 심판교육을 함께 가질 예정이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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