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훈련중인 제주중앙여고 태권도부 선수들이 코치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난 6일 경북 영천에서는 한국을 대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가 열렸다. 참가 선수들은 하나같이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굳은 의지로 무장했고 예선전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기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중학 3년생과 고교 1년생. 1등 한 명에게만 출전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명성이 자자한 중고교 강팀들이나 티켓 한두 장 확보했을 뿐 빈손으로 돌아가는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2007년에야 창단된 제주중앙여고가 여자부 페더급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주인공은 김수현. 원래 출중한 기량을 가진 선수라 기대를 걸긴 했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대등한 실력의 선수가 다수 출전한데다 변수가 많은 대표선발전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쁨은 한층 더 컸다. 개인으로는 물론 학교차원에서도 김수현의 대표선발은 큰 기쁨이었다.
 
“수현이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창단 이래 최초의 국가대표 배출이기에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
3년째 중앙여고를 이끌고 있는 강해은(33) 코치는 제자의 선전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강해은 코치.

올해로 창단 4년째를 맞는 중앙여고 태권도부원은 모두 10명.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전 체급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지난해에는 문체부장관기대회에서 단체전 감투상을 수상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학교에서는 전국대회 출전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훈련은 제주도청팀과 함께한다. 아직 교내에 태권도 전용훈련장이 없어서 제주도청팀 훈련장을 이용하고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경험 많은 실업 선배들이 잘 챙겨주고 가르쳐 주는 점이 좋습니다.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도 많고 전술훈련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강 코치의 마음이 무겁다. 교내에 전용 훈련장이 없다는 것에 대해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강 코치의 선수시절 경력은 화려하다. 고교(경성여자실업고, 현재의 홍익여자디자인문화고) 시절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상명대 재학 중이던 1997,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금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이들은 강 코치를 테크니션이라고 평한다. 여자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고난도의 기술발차기를 구사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강 코치는 뒤후려차기, 뒤차기, 나래차기 등을 경기 때마다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요즘에야 고난도 공격에 많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지만 강 코치가 선수로 활약하던 당시는 몸통 1점, 얼굴 2점 이외의 차등점수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화려한 발차기를 끊임없이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승리를 위한 경기보다는 경기를 위한 경기를 했던 셈이다.

선수시절의 경험이 지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묻자 강 코치는 “그저 선수들이 좋게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여자도 기술발차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줬으면 싶네요”라며 웃어넘긴다.

훌륭한 선수가 꼭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라지만 강 코치는 모든 기술을 직접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육지에서 떨어진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전국을 향해 달려 나가는 제주 중앙여고는 매일 자신에게 박수쳐 줄 수 있을 만큼 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목표를 하루하루 달성해 나가다보면 전국대회에서 우승기 한 개정도는 거뜬히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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