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학교스포츠크럽태권도품새대회에 두개 팀이 출전해 1위와 장려상을 각각 획득한 애월초교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제주시 애월읍은 제주도에서도 농촌 성향이 짙은 곳이다. 도심으로부터 떨어져 있어 인구 밀도도 낮다. 따라서 학생 수도 적다. 애월읍에는 태권도장도 단 하나다. 배철호(41) 관장이 18년째 운영하고 있는 애월태권도장이다.

애월 토박이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던 배 관장은 자신의 고향에 첫 태권도장을 개관해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5년 전 읍의 도움으로 지금은 읍에서 관리하는 애월체육관 내 다목적실을 태권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철호(왼쪽) 관장.

제주도의 상징인 옥빛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애월체육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편리한 체육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태권도가 애월읍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읍에서도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다목적실의 규모는 80평 이상. 천정 높이도 5m가 넘어 운동하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애월읍의 유일한 태권도장인 이 도장 주변에는 육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일들도 많다. 배 관장은 인근 애월초등학교에서 주 3회 전교생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 초등학생 모두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라는 제주교육청 방침 때문이다. 배 관장은 단순히 태권도 지도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을 제주도내 품새대회에 출전시켜 지난해에는 단체전 우승까지 이뤄냈다. 놀랄만한 일이다. 

“애월초등학교 김진선 교장선생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몰라도 교장선생님이 항상 물심양면 도와주시니까 가능한 일이었지요.”
배 관장은 학교 측 도움에 대해 크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품새대회는 학교에서 수련 받는 학생들이 출전했지만 겨루기대회에는 도장 수련생들이 자주 출전한다. 도장 규모나 선수 숫자에 비해 그 성적이 놀랍다. 2009년 소년체전에 고지희와 김민수가 각각 제주 대표로 출전했으며 김민수는 플라이급 동메달을 획득해 제주를 빛냈다. 강지연은 학교 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2008년 제주평화기대회에서 여중부 우승을 차지했다.

▲ 배철호 관장이 여자 수련생의 옆차기 동작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

애월읍에는 초중학교 태권도팀이 없기 때문에 중학생들까지 배 관장의 애월태권도장에서 겨루기를 지도받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애월읍을 떠나 다른 지역의 고교팀으로 진학하게 된다. 그래도 배 관장은 애월읍을 떠날 생각은 없단다. 다만 신제주 연동에 삼성태권도신광도장이라는 체육관 하나를 더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저의 제자들 중 두 명은 제주에서 직접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길을 원하는 제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월보다 도시인 연동에서 지도자 실습을 거쳐 나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애월이 아닌 신제주에 체육관을 열고 있는 이유란다. 애월태권도장에는 고교생 수련생만 15명이다. 곧 성인이 될 제자들을 배려한 배 관장의 결단이었다.
 
애월태권도장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애월태권도장유단자회’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 이상 3단 이상인 애월태권도장 출신으로 이루어진 이 모임의 결속력은 대단하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유단자회 회원은 20여명. 자주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도장에서 대회에 참가라도 하면 함께 지원하고 응원해 줄 정도다.
 
“어린 수련생들은 성인이 되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애월태권도장은 다르죠. 나이 차가 많아 같이 운동하지 않았어도 유단자회에서 만나 서로 애정을 가지고 조언도 해주고 도움도 받는 모습이 관장으로서 최대의 기쁨입니다.”

배 관장은 아무런 바람이 없다. 지금처럼 애월태권도장 출신들이 사회에 나가서 올바로 생활하며 유단자회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