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찬 기합과 정권지르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 고려무성태권도장 수련생들.

초등 수련생들이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는 태권도를 수련해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기자가 태권도장을 다니던  20여년 전 부모들은 자식을 태권도장에 보내면서 ‘태권도를 수련하면 자기 자신 정도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모두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 인성교육과 자신감, 스트레스 해소, 학교체육 수업 등이 최근 부모들이 자식을 도장에 보내는 주된 목적이다. 덕분에 도장에서 태권도 수련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고려무성태권도장. 입구에 들어서자 다른 태권도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수련생들의 태도에 기강이 확립돼 있다. 어린 수련생들이지만 질서정연하고 절도 있는 모습이다. 지도자들과의 대화에도 예의바르다. 물론 목소리에도 기운이 넘쳐 오래전 잊혔던 옛 태권도장의 광경을 연상시킨다.

“우리 도장에서는 사람 됨됨이를 가장 중시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강조합니다.”

권용일(38) 관장은 수련생들에게 인성이 결여된 운동과 공부는 무의미하다고 매일 이야기 한다. 도장에서의 예의범절과 정통 태권도 수련이 곧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권 관장의 소신이다. 

▲ 권용일 관장.

평일 태권도에 집중하던 체육관이지만 주말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먼저 토요일에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태권호신술 수업을 진행한다. 태권호신술은 권용일(38) 관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태권도 수련생이라면 스스로를 보호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박하고 험해지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태권도를 접목한 호신술이라고 해도 정통 태권도는 아니기 때문에 권 관장은 태권호신술을 본 수업에서 제외시켰다.

일요일에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금천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고 주말에도 부모가 집을 비워 홀로 남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권 관장은 일요일에도 체험학습 등 또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도장에서 대신한다.

대표적인 행사가 사격대회다. “도장에서 사격장을 만들어 사격대회를 실시합니다. 사격은 성장기 수련생들의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업이나 태권도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도장에서는 매달 사격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련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주말 특히 일요일에도 수련생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권 관장으로 하여금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학부모들의 감사 표시다.

“일요일 저녁이면 학부모님들이 문자메세지를 보내옵니다. 일요일 수업에 대해 고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권 관장이 이곳 금천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사범생활까지 포함하면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도장에서 태권도를 지도했지만 여느 지도자처럼 권 관장의 가장 큰 기쁨은 제자들의 올바른 성장이다. 오랜 지도자 생활의 가장 큰 재산도 제자들이다. 시간이 흘러 어엿한 성인이 되어 옛 스승을 찾아오는 수련생들이 적지 않다.

“바쁠 텐데 뭐 하러 왔어? 전화나 하지” 하고 애써 기쁨을 감추지만 내일도 그는 자신을 찾아줄 옛 제자들을 기다릴 것 같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