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4.23 화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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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태권도 중앙협회가 해야 할 일체육계 전면 개혁... 수수방관하고 있는 KTA

“저는 괜찮은데 후배들이 안타까워요. 선수들은 죄가 없는데...”

지난 2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공개하면서 한 태권도 선수가 보낸 문자다. 작금의 시끄러운 체육계 사태를 현장에서 겪어야 하는 엘리트 태권도 선수의 애절한 토로다.

체육계가 난리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의 폭행에 이은 성폭력을 용감하게 밝히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조사단 진상조사를 포함한 체육계 전면 개혁에 나섰다.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지난 25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꾸리고,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선수 육성을 개선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체육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성적지상주의’에 뿌리를 둔 엘리트 중심 선수 육성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해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는 한편 국제대회 우수 선수와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과 병역특례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엘리트 선수들의 합숙훈련 폐지와 진천선수촌 운영도 바꾸겠다고 했다.

이대훈의 진천선수촌 웨이트 훈련장면.

그런데, 숨을 죽이고 있던 체육계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자칫 엘리트 체육을 고사시키는 탁상행정이 되어 환부를 도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육계를 고사시키는 전시행정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체육계의 악습 타파라는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자칫 이성적인 접근이 아닌 감정적인 대응으로 한국 체육의 과거를 모조리 부정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체육은 독자적인 악습을 스스로 자가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애국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구조적 악습에 연결되어 있다.

여타의 사회 분야에 비추어 그 정도의 차이일 뿐 개혁과 정상화라는 시대적 정신에는 동일한 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환부를 특정하고, 필요하다면 보다 근치적인 치료를 위한 광범위한 수술은 마땅하겠지만 땀과 눈물로 맞바꾼 한국 체육의 기적까지 부정하는 과잉 수술은 회생할 수 없는 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뜨거우니 무엇이라도 내놓아 비켜갈 것이 아니라 책임질 사람들은 물러나는 인사정책부터 시작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살릴 부분과 죽일 부분을 가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대한태권도협회(KTA)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심석희 사태가 확장되는 시점에서 태권도계는 동계전지훈련 장소에서 선수에 대한 폭행사태가 불거졌다.

이번 폭행사태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밝힐 부분이 분명히 있겠으나 불필요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사실상 국기였으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기가 된 태권도가 한국 체육 정책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태에 선도적 역할을 외면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지난 28일 열린 KTA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김영훈 실업연맹 회장이 현 체육계의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 협회는 어떤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따져 묻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다.

KTA가 이러한 체육계의 큰 소용돌이속에서 어떠한 선도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게으른 태도이다.

때려야 메달 따고, 메달 따야 대학가는 한국 체육의 성적지상주의 현실은 태권도계도 비켜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지역은 지역대로, 중앙은 중앙대로 특정학교 출신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이익을 주고받는 악습 또한 태권도계에서는 만연한 일임에 틀림없다.

국기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기계약직의 신분안정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일선에서 제자들을 지도하며 불안한 미래를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스승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내몰리는 코치들과 그들 밑에서 조련되고 있는 선수들의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묵히 제자들과 동고동락하고, 또 그 밑에서 체육인으로서 꿈에 도전하며, 이미 국위를 선양하거나 앞으로 선양할 전문 체육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에는 동의해서 안된다.

안타깝게도 체육계가 시대정신의 흐름에 당면한 구조적 개혁에 맞닥뜨려 있고, 자칫 경솔한 전시행정에 엘리트 체육이 고사당할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태권도계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신 분들은 먼 산 바라보듯 이런 부분들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진천선수촌 훈련장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난리가 났다는 표현이 모자라지 않을 체육계의 현 사태에서 국기이자 한국 체육의 선도적 역할을 점하고 있는 태권도계가 수수방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바르고 당당한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꾀하고, 더불어 과거로부터 형성된 악습과 적폐를 혁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접근의 그 한 걸음을 먼저 떼는 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태권도 중앙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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