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이 이강희 대사범이다. 배경에 태극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비틀즈 멤버인 저명한 음악가 존 레넌은“엘비스 이전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로큰롤의 황제일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매년 수백억 큰돈을 버는 특출한 인물이다. 그의 기념관이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 그레이스랜드에 쌓이는 입장료와 음악 CD, 기념품, 영화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07년에는 그의 사망 30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가득했다. 그의 고향인 멤피스시는 1주일 동안 ‘엘비스 주간??을 선포해 퍼레이드, 영화제, 모창대회 등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그의 모창대회인??제왕의 귀환??이란 행사가 열렸다. 프레슬리 씨가 태어난 미국을 비롯해 스웨덴, 도미니카공화국, 부탄, 세네갈 등 많은 나라에서 수백 종의 추모 우표도 발행되었다. 세계 최고의 유명 인사인 프레슬리 씨의 명성에 걸맞은 대접일 것이다. 음악계에서 대스타로 인식되었기에 동양무술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는 면은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동양무술에 대한 프레슬리 씨의 관심은 각별했다. 프레슬리 씨는 20대 중반에 가라테를 배워 유단자가 되었고 1972년 그의 나이 38세에 재미 태권도 사범 이강희(Kang Rhee. 현재 75세)씨를 만나 태권도를 접하게 된다. 유명인사가 된 후에 본인이나 외동딸 리사가 납치될지 모른다는 염려로 태권도를 배웠다는 말도 있었다. 사실 그 이유보다도 이강희 대사범의 인격과 무도 철학 뿐 아니라 태권도의 다이나믹한 발차기 기술에 더욱 매료된 듯하다.
 

이강희 대사범은 연세대 태권도부 출신으로 1960년 상과를 졸업한 후 필라델피아주로 이주하여 무도 도장을 열었다. 초창기에는 자신의 무예를 파사류(破邪流) 가라테로 명명해서 지도 활동을 폈다. 그 당시 동양무예하면 으레 가라테란 명칭으로 널리 쓰였을 때였다. 하지만 민첩하고 다채로운 태권도 발차기 기술이 주된 프로그램이었다. 독수리가 날개를 펴면서 나는 모습을 띤 대사범의 뛰어차기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 70년대 태권도가 널리 알려지면서 대사범은 명칭을 ‘파사태권’ 으로 변경했다.
 

프레슬리 씨는 그로부터 틈틈이 개인지도를 받아 실력과 단수도 올라갔다. 가라테를 포함한 그의 무도 경력과 태권도에 대한 열성을 인정받아 7단을 받기까지 했다. 물론 세계 저명인사 반열에 올라선 프레슬리 씨에 대한 대사범의 파격적인 승단 수여였다. 프레슬리 씨는 태권도식 몸풀기와 발차기 동작을 자신의 로큰롤 공연에 삽입하기도 했다. 자기가 투자하여 무술 도장도 개설하고 자신이 주연하는 무술 영화도 제작하려는 계획도 구상했다. 그러나 태권도에 심취했던 그가 말년에 여러 가지 충격적 사건을 맞아 43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의 한 예로 이름을 올리면서...
 

프레슬리 씨는 태권도의 한 분파에 속했던 유단자이며 분명한 태권도인이다. 음악이 직업이라면 태권도와 같은 무술을 열렬히 애호한 마니아였다. 비록 오래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건재하다. 태권도의 위상에도 큰 보탬이 될 그에 대해 우리 태권도인들의 애정과 연구도 필요하다. 태권도 공원에서 언젠가는 그의 발차기 모습이 재현된 조형물을 보게 될 날도 기대해 본다.

김영선(태권도문화연구소 부소장)교수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영선(태권도문화연구소 부소장)교수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