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석 관장이 10년 이상 수련한 제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가 똑같다는 옛말을 실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학원 강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태권도장에는 스승과 제자 간의 예(禮)가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스승과 부모에게 구분 없이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제자와 자식의 구분 없이 사랑을 베푸는, 그런 도장도 있다. 13년 동안 인천시 남구 주안 2동에서 연세경인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안석(39) 관장에게는 제자들이 친자식이나 다름없다.

주택 밀집지역인 주안 2동. 이곳의 수련생들은 대부분 맞벌이부부의 자녀들이다. 때문에 도장을 나서면 학원을 가야하고 학원이 끝나면 빈집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마음으로 수련생들을 지도하는 안 관장이 그런 제자들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을 리 없다.

▲ 안석 관장이 어린 수련생에게 인사법을 직접 가르쳐 주고 있다.

제자들을 위해 그가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도장 안에 공부방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돼서 시작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에 도장에서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죠.”

도장 한쪽에 따로 방을 만들어 수련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자습 이외의 시간에는 안 관장의 부인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공부방으로 시작했지만 수련생들의 참여율이 높아 지금은 따로 분리된 두 개의 학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도장 맞은편에 차린 영어학원과 위층의 보습학원이다.

물론 대부분의 학원생은 연세경인태권도장 수련생들이다. 그리고 태권도 수련생들에게는 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이곳 도장과 학언에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안 관장에 대한 100%의 신뢰 때문이다.
 
안 관장의 애정어린 지도 덕택일까? 이 도장에는 10년 이상 수련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안 관장도 이들을 보면 뿌듯하다. “저와 학부모님들, 그리고 제자들과의 관계는 강한 믿음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 이들을 위해서 저 역시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있습니다.”

태권도장 지도자가 되기 위한 안 관장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수련비 없이 자신을 지도했던 스승님께 보답하기 위해서 ‘스승님 같은 태권도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다짐하던 소년이 있었다. 그 어린 소년은 가슴 속에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 연세경인체육관 안석 관장.

그러나 약속을 지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어렵게 모은 돈을 다 털어 이곳에서 13명이 등록된 도장을 인수받았고, 사무실에서 부인과 어린 자식과 함께 살면서 태권도장 운영을 시작했다. 전단지를 제작할 여력도 없던 그의 가장 큰 밑천은 바로 수련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의 마음은 곧 수련생들에게 전해져 주안 2동에서 안 관장의 ‘수련생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게 13년이 지난 지금 안 관장은 가까운 곳에 2관까지 열어 두 개의 도장을 운영하는 남부럽지 않은 태권도 지도자가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제자들을 가르치겠다는 안 관장은 자신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가장 큰 무기는 성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성공의 지름길은 성실함인 것 같습니다.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도 바로 성실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했고요.”

성실함 뒤에는 꼭 결과가 뒤따른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한 안 관장은 제자들에게 인내와 고통 뒤에 따르는 달콤함을 꼭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얘들아! 지금은 힘들고 아파도 견뎌내면 아픈 만큼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온단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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