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똑바로 안 잡아?”

박정우 대한체육회 전임지도자가 전국 최고라 평가받는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선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이유는 중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과 스파링에서 고등부 선수들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국가대표후보선수단 송태랑(왼쪽)이 스파링에서 얼굴공격을 하고 있는 장면

지난 25일 전라남도 구례군 실내체육관에서 국가대표 후보선수단과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간의 합동훈련이 진행됐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강화훈련 중 두 차례 합동훈련이 성사됐다.

박정우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그리고 이창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단이 마우스피스까지 무장하고 한판 대결을 펼쳤다.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우선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크게 분류하면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꿈나무 대표팀, 중등부로 구성된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고등부 중심의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그리고 성인 국가대표팀이 있다.

그랑프리, 국가대항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성인 국가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 상시 강화훈련 체제지만, 나머지 국가대표팀은 하계, 동계, 해외 전지훈련 시기에만 모여 약 20일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올 여름에는 국가대표 후보선수단과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이 비슷한 시기에 구례군 일원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댔고, 두 팀의 이례적이고 뜻 깊은 스파링이 성사됐다.

눈에 띄는 건 몇몇 중등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금산중 김지원, 전북체중 유희서, 사당중 이찬영은 고등부 핀, 플라이 선수들에 맞서 적극적인 자세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지원은 과감한 동작과 얼굴발로 고등부 선배들을 당황하게 했다.

전체적으로는 당연히 고등부 선수들이 경기를 압도했고, 체급이 위로 올라 갈수록 체격 차이가 심해져 중등부 선수들이 굉장히 고전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에는 서울체고 김유진, 흥해공고 이예지가 후배 선수들에게 날카로운 발차기로 여지없이 실력을 과시했다. 

강선경 청소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코치는 “사실 이번 스파링은 실력에 의미를 두면 안 된다. 중등부 선수들이 몸으로 맞고, 눈으로 보면서 배우는 시간이다. 많이 맞았지만 선수들 개개인이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합동훈련 기념촬영 장면

맞다. 사실 누가 이기고, 누가 잘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또 모든 게 긍정적인 건 아니다. 어디에나 장단점은 있다. 확연한 실력 차이 때문에 부상에 대한 염려도 컸다.

그러나 고등부 선수들은 나름대로 경각심을, 중등부 선수들 역시 몸으로 부딪혀보고 때려보기도 하면서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의미 있는 첫 합동훈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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