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고 선수들이 방학중에도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해 내내 대회 일정으로 빡빡한 가운데 중고등학교 태권도 선수들에게 그나마 여유 있을 때가 바로 12월이다. 한 해의 모든 대회가 끝나고 1월 동계훈련을 앞둔 시점에서 중고교 태권도부는 잠깐 한숨을 돌린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관악고 태권도부를 찾았을 때다. 영하 10도의 강추위, 눈으로 뒤덮인 겨울방학 교정에 기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창문을 모두 닫았음에도 운동장에서 금방 훈련장을 찾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다소 느긋해질 시기라 몸이나 풀고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월 중 개최되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대표선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9월부터 동계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지금은 내년 대회 때문에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관악고 태권도부 출신 고창현(38) 코치가 땀에 젖은 선수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설명한다.

▲ 고창현(왼쪽) 코치와 조원철 코치.

9월부터의 강행군에 대한 결과는 분명해 보였다. 고교선수들이 성인부와 함께 실력을 겨루는 지난해 12월 우수선수선발대회에서 2학년 전수연이 당당 여자부 라이트급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전수연은 고등부에서는 이미 정상급 선수였다. 양쪽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데다 두뇌 회전이 빨라 경기를 잘 운영해 나간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고교 2학년 선수가 쟁쟁한 대학, 실업 강호들을 제치고 최우수선수로 등극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자부 8개 체급 우승자 중 전수연만 유일하게 고등학생 이었다. 학교에서 그만큼 노력을 기울인 결실이었다.

지난해 11월 이란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는 정원희(3학년)가 여자 플라이급 금메달을, 이경욱(2학년)이 남자 플라이급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관악고는 전국규모 대회에서 늘 메달을 획득한다. 그런데 종합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3.15기념 태권도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것이 최고의 종합순위였다.
 
“종합성적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지금의 1, 2학년 선수들 실력이 좋아서 내년에는 남녀 종합우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코치를 돕고 있는 조원철(31) 코치는 내년에 주목할 만한 선수로 전수연, 하연정(플라이급), 이경욱(핀급)을 꼽았다. 46명의 선수들 모두가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믿지만 이들 세 명의 경기력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관악고가 서울의 태권도 명문으로 자리 잡아 가는 데에는 학교 측의 적극적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고 코치는 박기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측의 관심과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교장선생님의 배려가 태권도부에는 큰 힘입니다. 태권도부의 훈련을 우선순위로 생각해주는 배려는 다른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우리 학교만의 자랑입니다. 물론 경제적인 지원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실력을 겨루는 때는 매년 초반이다. 동계훈련으로 체력과 기술이 높아졌고 힘든 훈련 뒤라 선수들의 사기도 최고이기 때문이다. 가을부터 선수들이 맹훈련으로 무장한 관악고가 내년 주니어대표 선발전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 첫 전국대회인 제주평화기대회에서 우승기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