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용 관장이 수련생들과 함께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물건을 옮기고 있다.

평년보다 대체로 따듯했던 겨울이지만 최근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하면서 역시 겨울 추위를 실감케 된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위보다 추위가 걱정이다. 더위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지만 추위를 견디려면 당장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모아진 성금 액수가 적다는 뉴스 보도를 봤다. 오랜 경기침체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만큼 각박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아픈 소식이다.

공식적으로 모아진 성금은 적을지 몰라도 한겨울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한 태권도장의 선행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서울 상암동 한 태권도장에서는 상암동, 성산동 주변 불우 이웃들에게 라면과 쌀을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매년 성산경희체육관이 마련해온 연말 불우이웃돕기행사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 150명에게 쌀, 라면, 떡 등을 나눠준 것이다.

▲ 이성용 관장이 수련생과 함께 라면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성산동에서만 30년 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해온 이성용(52) 관장은 오래전부터 많은 봉사활동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큰 도움은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쌀보다 라면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올해는 라면을 포함시켰습니다.”(웃음)

이 관장의 봉사활동은 군 시절부터 시작됐다. 전남 갈안리의 한 섬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이 관장은 당시 섬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봉사의 기쁨을 몸으로 체험했다고 회상했다.
 
이 관장은 현재 바르게살기라는 모임의 성산2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학금, 계몽캠페인, 야간순찰, 헌옷모으기 등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이 모임에는 성산체육관 수련생들도 포함돼 있다.
 
“도장 아이들도 원하면 봉사활동에 가담할 수 있으나 절대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도장에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요.”

성산경희체육관의 수련생은 그리 많지 않다. 따로 사범도 없고 이 관장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차량운행부터 지도까지 모두 책임진다. 물론 상담실을 부인이 지켜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장으로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이 관장은 돈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오랜 봉사활동에 대한 흔적은 도장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자랑스러운 시민상,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장 등 각종 상패가 가득하다.

관장의 이런 봉사활동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지켜볼 수밖에 없고 또 관장이 말하지 않아도 참여하게 된다. 산교육이다. 좋은 말만 늘어놓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죽은 교육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교육인 것이다. 

이 관장은 태권도 자체가 봉사정신을 근본으로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에게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이 사회에서 봉사하기를 바란다. 특히 봉사의 기쁨 자체를 알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이 관장이 어린 제자들에게 하는 당부가 인상적이다.
 
“우리 도장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것을 보고 자란 너희들도 나중에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태권도를 통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해 남을 돕는 행복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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