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태권도장 겨루기 선수들이 훈련 도중 포즈를 취했다.

태권도장이 태권도선수들의 요람이던 시절은 벌써 까마득하다. 다른 보습학원들처럼 학교체육을 위한 사교육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일각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변모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태권도장들에게 보란 듯이 정통 태권도장의 길을 고수하는 지방 도장들이 생각보다 많다.

4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김제태권도체육관. 한 시간의 태권도 수련이면 웬만한 수련생들은 도복이 땀으로 젖는다. 최근 태권도장에서 일반 수련생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학부모들이 정통 태권도 교육방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만의 특색인지 아니면 우리 도장에 오는 학부모들이 특별한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도장에서 그냥 대충 놀다 오는 것을 좋아하는 학부모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수련에는 아이들도 많이 적응해 있고 앞으로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영배(35) 관장의 말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학부모들은 이 도장의 훈련방식에 만족해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수련생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도장을 찾아 ‘몸이 뻐근하다’, ‘운동을 안했더니 답답하다’는 등의 말을 고 관장에게 자주 한다고 한다.

고 관장은 이 도장 출신 지도자다. 그에게 이곳은 관장으로의 시간만큼 수련생으로 오랜 기간을 보냈던 곳이다. 고 관장을 가르쳤던 정영한 관장은 제자인 그에게 이 도장을 물려주고 김제시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그리고 현재 지도사범을 맡고 있는 김영남 사범도 고 관장의 제자로 이 도장에서 배출됐다. 이처럼 제자에게 도장을 물려주는 일도 최근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 고영배 관장이 수련생의 스트레칭을 돕고 있다.

변하지 않는 오랜 고목처럼 한곳을 지키며 전통적인 태권도 수련을 고집하는 이 도장에서는 물론 품새와 겨루기 선수도 양성한다. 하지만 선수부를 운영하는 타 도장과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선수부와 일반 수련부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생활체육 수련생들에게는 놀이형 태권도를 지도하고 선수부는 완전히 분리해 훈련시키는 도장이 아니고 일반 수련생들도 언제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품새나 겨루기 훈련을 받는다. 단지 대회에 출전을 원하는 선수들은 대회 기간이 다가오면 좀 더 많은 시간 훈련을 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자유로운 선수부 운영이지만 전북지역 대회에서는 꽤 높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송보라(여중 2년)가 전북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중학교까지는 이 도장에서 자유롭게 훈련하며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진학 후에도 선수생활을 원하는 경우 고 관장은 전북체고 등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시킨다.

선수생활을 하지 않고 도장을 계속 다니고 싶어 하는 고교생도 많다. 그래서 이 도장에서는 총 수련생의 30%정도가 중고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등저학년이 90%인 수도권 도장과 대조적이다.    

고 관장에게는 성인부 수련이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밤 11시까지 성인부를 운영하다 제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 바람에 1년 남짓 쉬고 있습니다. 빨리 다시 운영해서 학부모님들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여건만 된다면 전국 모든 태권도장 관장들이 김제태권도체육관과 같은 방식으로 도장을 운영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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