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규칙을 숙지하지 못하고 영상판독을 거부한 박문식 KTA 영상판독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두번 째)

스포츠 경기에서 영상판독은 심판의 잘못된 판정이나 혹은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프로야구의 경우는 관중들의 판정 이해와 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유도하기 위해 대형스크린에 영상판독 장면을 띄우기도 한다.

축구, 야구, 테니스를 비롯한 실외종목 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배구 등의 실내종목도 영상판독 시스템이 도입돼 공정한 스포츠 경기를 지향하고 있다.

태권도 역시 영상판독 시스템이 도입돼있다. 주심의 착오, 오심, 그리고 득점의 유무를 판정하는데 영상판독은 최후의 장치다. 영상판독에서 내려진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 따라서 영상판독관은 경기규칙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판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경상남도 김해실내체육관서 열린 ‘제45회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 남자 밴텀급 8강 골든라운드.

A 선수가 공방전 중 한계선 부근에서 시도한 돌려차기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B 선수 측은 한계선 밖으로 나간 행위에 대해서 영상판독을 신청하면 되지만 이미 앞선 영상판독에서 기각 판정이 내려져 더 이상의 기회는 없는 상황.

이 상황을 지켜본 주심이 부심들의 콜을 받고 경기규칙에 따라 주심권한 영상판독을 진행했다.

태권도 경기규칙 제21조 소청 및 상벌 2항은 ‘10. 코치가 영상판독권이 없는 상황에서 3회전 종료 전 10초 이내 또는 골든포인트 회전 도중 부심 중 누구라도 득점, 감점에 이의가 있을 경우 주심을 통해 영상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이 영상판독은 거부당했다.

경기규칙을 숙지하지 못한 해당 영상판독관이 ‘판독을 신청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판단해 주심의 영상판독이 묵살되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주장 때문에 결국 영상판독 없이 경기는 종료되었고, A 선수의 승리로 찝찝하게 8강이 끝나버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의 경우 영상판독관 제도가 존재하지만 판독 위원을 따로 두진 않는다. 대신 심판위원회에서 영상판독을 담당한다. 유독 대한태권도협회(KTA)만 영상판독관을 따로 두는데 끊임없이 볼멘소리를 사고 있다. 이번 중고연맹회장기의 경우에도 KTA 영상판독관들이 파견되었다.

뒤늦게 경기규칙을 확인하고 있는 박문식 영상판독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당시 막무가내로 영상판독을 묵살시킨 건 박문식 KTA 영상판독위원회 부위원장.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고나서야 경기규칙을 확인한 박 부위원장은 뒤늦게 해당 지도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최근 백성조 영상판독위원회 위원장의 갑질 논란부터 경기규칙 미숙지로 인한 오심까지. 가장 신뢰받아야 할 영상판독위원회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영상판독관, 이대로 방치해도 될까?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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