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마감하는 계절이 되면 각 스포츠마다 한 해 동안 실력을 공인받은 선수들이 참여하는 특별 이벤트가 벌어진다. 인기 구기종목에서는 올스타전이라는 이름으로 각 팀에서 대표급 스타들을 선발해 ‘별들의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올스타전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끼리, 또 선수와 팬들 간의 친선을 강화하는 성격이 강한 편이다.

태권도에서도 이처럼 높은 기량의 선수들만 엄선해서 치르는 대회가 있다. 타 종목의 올스타전과 다른 점은 친선대회가 아니라 실력으로 올해 최고의 선수를 가려내는 권위 있는 대회라는 것이다. 바로 ‘우수선수선발대회’다.

이 대회서는 연간 각종 대회에서 입상, 실력을 인정받은 고등부 이상 대학, 실업 선수들이 연령대의 구분 없이 출전해 각 체급의 최고위 자리를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된다. 올해도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신청을 해 14일부터 닷새간 실력을 겨뤘다.

그런데 가장 눈길을 끌 만했던 이 대회의 경기장 열기는 의외로 미지근했다. 실업과 대학 강자들이 신청만 해놓고 경기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16강전이나 8강전에서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4강전 진출로 국가대표선발 최종전 출전자격이 확보되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코트 밖에서는 ‘OOO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티켓이 있으니 양보했어’라는 식의 말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돌았다. 

매년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예선전을 겸해 열기가 높았던 이 대회가 왜 갑자기 이렇게 맥이 빠지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한태권도협회(KTA)의 국가대표선수선발 예선대회 남발이다. 최종대회 출전자격이 부여되는 예선전이 올해만 4번째다. 지난해까지 한 차례뿐이었던 것에 비하면 4배가 늘어난 것이다.

여러 대회에다 예선전을 겸하도록 한 것에 대해 KTA가 내세운 명분은 대회 활성화였고 물론 효과는 만점이었다. 고등부 선수들의 전국규모 대회 3회 출전 제한도 국가대표선발 예선전을 겸한 대회에서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부 선수들도 대거 출전했다. 또 국가대표선발 최종전 출전자를 늘려서 더 좋은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이유도 있었다.

명분은 좋았지만 고식지계(姑息之計)였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미 세 번의 예선대회에서 최종전 티켓을 확보한 많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세 차례 예선대회에서도 최종선발전 출전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들이 남은 몇 장의 티켓을 놓고 벌인 경쟁일 뿐 최우수선수를 선발하는 대회로서의 성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켜보던 태권도인들도 우수선수선발대회의 권위가 이렇게 전락한 것에 불만과 걱정을 표시했다. 태권도 종주국에서 한해동안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우수선수들을 불러 최고의 선수를 가려내는 우수선수선발대회의 희미해진 대회 목적과 권위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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