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기억되는 전쟁의 참혹상을 뒤로한 채 타향살이 4년을 청산하고 서울로 돌아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진학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입에 익었던 때이다 보니 쉽게 서울말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하교하는 길에 나보다 작은 친구와 싸움이 벌어졌는데 내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상태여서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했었다. 그 당시 내가 사는 마포 지역에 무덕관 도장과 권투 도장이 있었는데 자주 구경을 가곤 하였다.

초등학교 수련자들은 없기에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서대문에 있는 당수도 정도관에 입관하였다. 가장 어린 나이에 열심히 수련하고 만리동에 있던 무덕관도 거쳐서 인연이 있어서인지 공수도 송무관으로 이적하여 지금까지 송무관의 노병직 선생님을 잊지 않는 식구가 되었다.

그 당시 송무관의 위치는 서울역 근처로 염천교 옆 수산시장의 이층 건물에 있었고 지역 환경이 열악하여 깡패들이 많았다.

나는 겨울에는 모한 수련, 여름에는 모서 수련 등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련하였고 워낙 노병직 선생님이 엄하게 가르치시기에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 수 없었다. 송무관의 유명한 발차기는 옆차기로서 지금까지도 나의 옆차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자부한다.

겨울의 모한 수련 당시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난로는 물론 없었고, 수련하다 보면 몸에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것이 꽤나 상쾌했다. 아무도 그 기분은 모르리라. 그때만큼 열심히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겨루기를 호구 착용 없이 했기 때문에 입술이 터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옆구리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심한 수련을 하였다. 친구들은 매를 맞으면서 왜 공수도를 배우냐고 만류하였지만 나로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태권도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절대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대학 2학년 때 영장이 나와 공군에 자원입대하여 첩보 부대를 거쳐 국방부로 전입되어 착실히 군대생활을 했다. 김신조 덕분에 3년 5개월 만에 전역하였다. 군대에서도 아침마다 전 부대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오류동, 속초, 대구를 옮겨다니며 즐거운 군대생활을 하였다.

복학하고 나서 송무관 중앙도장에 전임 사범으로 발령이 나 노병직 선생님과 끊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갖게 되었다. 나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훈련이 끝나는 밤 9시가 되면 허기진 상태에서 끝마무리 보고를 하러 3층으로 올라가면 노 선생님은 들어와서 술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하셨다.

그 당시 선생님의 말씀은 그냥 법이었기에 거절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빈속에 위스키고, 막걸리고 몇 잔을 받아먹으면, 그렇다고 안주를 마음대로 집어먹을 수도 없는 상태라 끝나고 인사하고 나오면 정신이 없었다. 이미 대중교통은 끝났기에 죽어라고 집까지 30분 정도 달려서 가곤 하였다.

나의 어려움을 잘 아시는 故 이영섭 관장님께서 가끔 밖에서 기다렸다가 나를 데리고 대포집에 가서 태권도의 발전적인 얘기를 해주시면서 나를 꽤나 사랑해 주셨다. 내가 이민 후 귀국하여 몇 번 만나서 대접을 해 드렸지만 지병으로 먼 세상으로 떠나셨다.

어느 날 선생님의 말씀에 거역(?) 아닌 거역을 했다고 해서 잠시 동안 도장에서의 지도를 쉬라고 하셨다. 정말 억울하지만 한마디의 대꾸도 드리지 못하고 눈물을 앞세우고 도장 문을 나섰다.

그 당시 선배이던 남철우 사범님이 공주 마곡사에서 휴양을 하고 오셔서 마곡사에 가서 태권도를 보급하라고 추천하셨다. 남철우 사범님은 나하고는 꽤나 절친하게 지냈고 내가 잊지 못할 무도 형님이었다. 지금은 뜻이 있으셔서 목회 활동에 전념하는 목회자가 되시었지만. 10년 전에 귀국했을 때 교회로 방문하여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나는 항상 도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철학책 등을 배낭에 한 짐 싸갖고 그 이튿날 아침 부모님께 그런 말씀을 드리니 크게 반대를 하셨다. 그때는 마침 형님과 종로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경영부실로 의견충돌이 잦았던 터라 머리도 식힐 겸 부모님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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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길 사범

    1945년 4월 18일생
    캐나다 Oriental Martial Arts College 사범
    현 캐나다 태권도고단자협의회 회장
    전 캐나다한인태권도협회장
    전 송무관 중앙도장 수석사범

서정길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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