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주 사범이 지도하는 고색태권도장 겨루기 선수부가 실전 발차기 연습에 한창이다.

얼마 전 한쪽 눈 장애들 딛고 고교 최고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박현준(숙지고)은 묻지도 않은 질문에 ‘존경하는 인물’로 고색태권도장 고창일(42) 관장을 꼽았다. 짧은 인터뷰에서 박현준은 “힘들 때마다 힘을 실어주셨다”며 고 관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 관장은 적어도 자신의 제자였던 박현준에게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고 있었다.

겨루기 선수출신 고 관장은 15년여 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도장의 특징은 겨루기 선수 양성이다. 수원 고색동 인근 체육관에서 겨루기 선수를 양성하는 도장은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육관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겨루기 선수부를 두려면 일단 전문 인력이 따로 필요하다. 일반 생활체육 수련생과 분리된 교육을 해야 하니 번거롭다. 또 대회에 참가하려면 차량 등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도 많다. 무엇보다도 관장이 겨루기 대회에 치중하다보면 일반 수련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시각 때문에 수련생이 줄기 마련이다. 

고색태권도장은 좀 다르다. 일반 수련생 숫자도 인근에서 가장 많다. 게다가 겨루기 선수부를 양성해서 그런지 도장 수련생들의 질서가 다른 도장에 비해 잘 잡혀있다. 선수양성을 하면서 일반 수련생들도 많은 도장. 아주 이상적인 모습이다.
 
비결은 진심이란다. “학부모가 아닌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곳에 살고 있으니까요. 가식이 아닌 진심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대답해 옵니다.”

그런데 고 관장이 겨루기선수를 양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선수출신입니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어린 제자의 재능을 그냥 넘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재능을 무시한다면 태권도 지도자로서 옳은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 관장은 선수로서 가능성이 보이는 수련생들에 대해서는 당사자와 부모에게 겨루기 선수부 입단을 권유한다.
 

▲ 고창일(오른쪽) 관장과 강희주 사범.

실력이 좀 부족해도 스스로 원하기만 하면 고 관장은 그 길을 막지 않는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운동신경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수부 입단을 반대하던 상황에서도 “나중에 재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선수로 대성하지 못한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강력하게 추천한 적도 있다. 

고색태권도장 겨루기 선수부도 선수가 없어 1년 남짓 쉬는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루기 선수 출신 강희주(26) 사범이 20명이 넘는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매일 훈련을 진행하고 수원시 대회는 물론 경기도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겨루기 선수부를 육성할 생각입니까?” 라고 묻자 “너무 뻔한 걸 물어보시네요. 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만둘 수 없죠. 선수가 없어지면 자연히 없어지는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모든 제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모두는 고사하고 한 사람의 제자로부터라도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는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다. 고창일 관장이야말로 그 흔하지 않은 존경받는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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