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 김충열)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동료 이사들간의 불신, 연맹의 발전과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무기력증, 세력싸움에 주눅든 이사들의 눈치 살피기 등으로 중고연맹의 위상은 전례 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5일 대전 유진호텔에서 열린 이사회는 회장 세력과 상임부회장 세력 간의 생산성 없는 공방전으로 4시간을 허비해 이 같은 현실을 입증했다.

이사회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서로에 대한 흠집 내기와 책임 전가로 회의장의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나웠다”며 “대부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로 이뤄진 이사회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고연맹의 이러한 자중지란은 올해 초 이사회 구성과 동시에 예견됐던 일이다. 중고연맹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회장선거에서 현 김충열 회장의 당선을 위해 뛴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사들 모두가 실세임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맹 발전은 외면한 채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에만 골몰하고 끝내 지금과 같은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중고연맹 주변에서도 연맹 내에 세력을 형성하고 연맹을 장악하겠다는 낡은 사고가 연맹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게 일고 있다. 한쪽 세력의 중심에 오래된 인사가 버티고 있어 회장의 리더십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연맹의 발전은커녕 앞으로 남은 임기 3년을 반목과 갈등으로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연맹 내의 갈등은 김충열 회장의 리더십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 회장과 이사들 사이에 진즉 원만한 소통과 협의가 이루어졌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연맹 내부에서 중심을 잡고 갈등을 해소시켜 주어야할 역할을 맡은 전무이사나 총무이사 등 보직 임원들마저도 서로 적으로 갈라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난국이다.

이번 중고연맹 이사회를 보면서 이사들에 대한 실망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세력이 내놓은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세력의 이해에 따라 감정적인 말들만 난무했을 뿐 진정한 토론의 장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김충열 회장에게는 이를 수습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장이 연맹의 발전을 외쳐본들 반대세력은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연맹의 발전과 회원들을 위해 주도권 싸움을 접고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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