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이경희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재치 넘치는 동작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신도시 동탄지구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은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 단지다. 신도시로 개발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이곳의 특징은 주민 대부분의 생활수준이 수도권 평균치보다도 높다는 것. 주변에 대기업과 연구소 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생겨나는 수도권 신도시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역의 주택가 오후 2~3시의 풍경은 왠지 쓸쓸하다. 잘 정돈된 도로 양쪽으로 새로 건축된 깨끗한 학교와 간간히 보이는 놀이터, 멋지게 조경된 공원 어디에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뛰어노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들이 함께 나와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그것도 보기 드물죠. 때문에 이곳 아이들의 심신의 건강은 태권도장에서 꼭 지켜 줘야 합니다.”

홍상의(34) 관장이 이곳에 능이경희태권도장을 개관한 것은 지난 2007년. 수원에서 4년 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하다 이곳으로 옮겨왔다.

홍 관장이 처음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은 학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었다. 경제력과 아이들에 대한 세세한 관심은 당연히 높은 향학열로 나타난다. 실제로 동탄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일과에서는 학교보다 학원의 비중이 높았다. 오후 1시에 학교를 마친 후 9시까지 식사시간을 빼면 거의 모든 시간이 학원 수업으로 편성돼 있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의자에서 머리 쓰며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당연히 아이들의 건강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도장에 자식을 맡기는 부모들은 대부분 관장에게 "태권도 실력보다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최대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라는 요구를 한다.

같은 부모로서 홍 관장도 이런 요청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이 도장에서는 태권도 이외에도 학교체육이나 즐겁게 뛰며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건강도 지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태권도를 뒤로한 채 놀이체육에만 치중할 수는 없죠. 반복 훈련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와 수련생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반복훈련을 지시해 지켜보는 시간을 없애고 한 시간 내내 수련생과 함께 호흡하면 놀이체육도 태권도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 홍 관장의 생각이다.

“또 이곳 아이들은 거의 모든 지시를 잘 이행합니다. 한 번의 말로 통제도 잘 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수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 최근 입관한 수련생에게 홍 관장이 인사법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부모의 손길이 많이 닿아있는 이곳 수련생들로 인해 이미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능이경희태권도장에서는 철저한 계획에 의한 프로그램으로 태권도도 인성교육도 늦추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주말 유품자 수업을 통해 심층적인 태권도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홍 관장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수련생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초등 고학년이 되면 벌써 운동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해는 하면서도 학업에 지친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도장에서 꾸준히 수련한 녀석들이라면 도장을 떠나도 몸과 마음이 누구보다 건강할 것입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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