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경선(고양시청)이 매트가 아닌 강단 위에 섰다.

흰 도복 대신 자주색 정장스타일로 강단에 오른 황경선은 “큰(화려한) 동작을 하면 감점을 받을 확률이 높아 나도 예전처럼 하지 못한다”며 세계태권도연맹(WT)의 태권도 경기규칙을 꼬집었다.

세계태권도포럼 발제자로 나선 황경선.

지난 2일, 한국체육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포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경선은 태권도 경기규칙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현재 WT와 대한태권도협회(KTA) 경기규칙 및 운영 등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황경선은 “현행의 전자호구, 경기규칙상 앞발로 상대를 저지하거나, 앞발로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도록 변화되었다. 제도권에선 앞발을 막으려고 규칙을 개정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규칙에 위배되지 않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선 경기규칙 개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접촉에 의한 득점을 타격에 의한 득점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계수를 셀 정도의 정확한 머리 공격이라면 전자 표출과 상관없이 득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경기규칙을 제안했다.

또 황경선은 전자호구의 규격화를 주장했다.

황경선은 “KTA가 주관하는 국내대회는 KP&P 전자호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런던올림픽과 최근 리우올림픽에서는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무주 세계선수권에서는 다시 KP&P 전자호구를,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시리즈Ⅰ에서는 또 반대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만약 전자호구가 제작회사만 다르고 시스템이 같다면 문제가 없지만, 득점 기전이 전혀 다른 전자호구를 대회마다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펜싱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황경선의 국가대표 선발전 장면.

태권도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황경선은 특히 “경기 현장에서 스포츠의 목표인 승리를 위해 나 역시 고난이도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난이도 기술을 발휘하다가 넘어지거나, 밖으로 나가면 감점이다. 그 누구도 고난이도 기술을 사용하고자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확대된 주심의 권한과 시뮬레이션 식의 경기규칙 변화 역시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영국대표팀 퍼포먼스 디렉터 게리 홀(Gary Hall)은 PSS(Protector Scoring System)시스템의 표준화, 심판의 전문성, 역할, 개입, 그리고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 태권도의 기술적 탁월성과 전술적 탁월성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 상당수가 겨루기 경기규칙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며 열기가 더해졌다. 주로 전자호구, 앞발 드는 행위, 감점사항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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