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고 하기에도 아직은 너무 작아 아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한 네 살 여자 아이. 그 나이에 태권도를 해 봐야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 생각했던 예림이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태권도를 하고 있었다. 정확한 품새 동작하며 발차기 자세,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2005년 11월 12일생 윤예림. 습득이 빠른 아이라 해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태권도의 맛에 푹 빠져 있어도 단단히 빠져 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가 그토록 태권도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예림이가 사는 춘천에는 이종사촌언니가 둘이 있다. 임나은(16)과 임다은(13)이다. 두 자매는 춘천에서 알아주는 태권도 선수다. 나은이는 지금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선수생활은 접었지만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강원도를 대표한 선수였다. 초등학교 6학년인 다은이 역시 일곱 살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 올해 어린이꿈나무대회에서 준우승했고 강원도 대회인 태백산기대회에서는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내년 강원도의 명문 춘성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나은, 다은 자매가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곳은 춘천의 월드체육관(관장 김남용). 예림이 엄마의 직장생활 때문에 대신 두 살배기 예림이를 돌봐주고 있던 이모는 딸 나은, 다은이를 체육관에 보낼 때마다 예림이를 함께 데리고 다녔다. 호기심 많은 나이(?)에 예림이는 자연스럽게 언니들을 따라 태권도를 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언니들이 방과 후 체육관에 운동하러 갈 때엔 예림이도 꼭 언니들을 쫓아 체육관에 가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는가 하면 집에서도 혼자 언니의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 놀이를 했다고 한다.

그런 예림이가 지난 10월 정확히 3년 11개월 나이에 1품을 땄다. 승급심사가 예전에 비해 아무리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누구나 품띠를 따는 것은 아니다. 예림이도 쉽게 품띠를 따진 않았다. 작년 11월부터 정식으로 입관하여 수련을 시작한 예림이는 처음에는 사범님의 엄한 구령과 학습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 했지만 곧 적응하기 시작했다.

태권도가 즐겁고 멋있는데 혼나는 것만은 무서워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던 아이가 서서히 태권도장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 예의범절도 배우며 남자아이처럼 씩씩해졌다고 한다.

태극 1장부터 3장을 배우는 동안은 방향감각을 못 찾거나 동작이 외워지지 않아 언니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싫증내지 않고 혼자 집에서 꾸준히 연습하고 반복해 마침내 지금의 태권신동 예림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빠가 군대 시절 매던 검은 띠를 매고 집에서 세 살짜리 동생을 세워놓고 관장님 흉내를 내며 태권도를 지도하는 예림이의 모습은 천생 태권도인이다. 승급심사가 있는 날이며 도복을 차려 입고 먼저 어린이집으로 가서 친구들에게 뽐내며 태권도 동작을 가르치고 난 후에야 도장으로 향한다.

품띠를 따면 당연히 태권도 선수가 되는 줄로만 알고 있는 예림이는 엄마에게 벌써부터 파란색 호구와 헤드기어를 사달라고 조른다.

예림이 어머니 김만희(35) 씨는 춘천시립교향악단에서 10년째 콘트라베이스를 맡고 있고 아빠도 군악대 출신이며 지금은 일본에 유학 중이다. 예림이 임신 중에 엄마는 일부러 좋은 음악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음악인 가정에서 어떻게 예림이 같은 태권 신동이 나왔을까 참 의문이다. 예림이 엄마는 “예림이만 원하면 굳이 태권도 선수생활을 반대하지 않겠다”며 지속적인 후원을 다짐했다.

사촌언니 다은이와 함께 하는 미트차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예림이는 지금 고려품새를 배우고 있다. 집에서는 돌개차기 연습을 하며 노는 예림이가 진정 태권도를 즐길 줄 아는 튼튼한 태권 소녀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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