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 고국을 떠나 시카고로 이주한 강 사범이 모국의 국기인 태권도 지도자가 돼 한국에서의 연수를 위해 돌아왔다가 처음 태권도장에서 마주친 경험담이다. 미국에 살면서 고모의 권유로 9살 때 합기도를 시작했던 강 사범은 10대 후반 태권도의 발차기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태권도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강 사범은 시카고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관장과의 인연으로 모국 태권도장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기 위해 지금 서울에 체류 중이다. 3개월 일정으로 국내에 머물기로 한 강 사범이 처음 모국의 태권도장에서 느낀 감정은 실망. 도장에서 어린 수련생을 대상으로 하는 친절한 놀이형 교육에 그는 꽤 놀란 듯하다.

"한국 태권도장은 미국보다 강한 훈련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련생들의 태권도 실력이나 질서의식, 스승에 대한 예절 등이 솔직히 미국보다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

강 사범이 한국 태권도장의 수련에 대해 막연하게 짐작해온 것만은 아니다. 18살 때 시카고 현지 관장의 추천으로 전국체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고등부 시도대표와 경기를 했던 강 사범에게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강했다.
 
"한국에서 태권도를 하면 모두 그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미국 도장 수련생과 한국 도장 수련생을 직접 비교해도 태권도 실력이나 태권도 정신은 한국 쪽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국 태권도장이 강 사범에게 준 것은 실망 못지않게 값진 교훈도 있다. 미국 태권도 사범들에 비해 한국 사범들이 정말 부지런하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강 사범은 “몇 년 치 수련비를 미리 받고 학부모들이 자식의 수련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지도자들이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한국 도장의 관장과 사범들은 늘 노력하는 모습이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고 말했다.

12월 말 강 사범은 시카고로 돌아간다. 실망도 있었지만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그는 모국에서의 도장생활 3개월이 앞으로의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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