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무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라북도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서 숱한 화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 팀은 4년 만에 남녀 동반우승을 탈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2013년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이후 4년 만에 남녀 동반우승을 탈환한 한국 대표 팀.

한국 대표 팀은 남자부서 총점을 두고 러시아, 여자부서는 터키와 세르비아와 금메달 각축을 벌이며 4년 만에 남녀 동반우승을 탈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대표 팀은 중량급, 특히 남자 중량급 경기력 향상이라는 묵은 숙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더불어 과거 하나마나한 전력분석관 파견이 아닌 사상 첫 도입된 영상 전력분석의 성과를 인정하고, 또한 보완해야 할 점도 남겼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우승컵...아슬아슬 남녀 동반 우승

김종기 총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4개월 만에 본진에서 치러진 무주 세계선수권서 한국 대표 팀은 4년 만에 남녀 동반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는 예선 경기서 다친 왼발에도 불구하고 세계선수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대훈(한국가스공사)과 작심한 듯 상대를 두들겨 대며 3연패를 달성한 김태훈(수원시청),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유명세를 탄 정윤조(경희대)의 집념이 큰 역할을 했다.

끈질기고 투지있는 경기로 깜짝 금메달을 차지한 정윤조(왼쪽)의 경기 장면.

여자부서는 심재영(한국체대)이 국내대회서 보여주지 않은 회전공격과 빠른 발 공격으로 활짝 웃으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번 무주 세계선수권 단연 주인공인 이아름(고양시청)은 올림픽 2연패의 스포츠 태권도 당대 최고 히로인 영국의 제이드 존스를 준결승전서 맞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팽팽한 경기를 펼쳐 3회전 승부를 뒤집을 기회를 잡아냈다.

우승 세리모니에서도 남다른 재치를 뽐낸 이아름은 그동안 한국 태권도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며, 당연히 여자부 MVP에 선정되었다.

세계선수권은 메달집계가 아닌 총득점제로 순위를 가린다.

남자 –80kg급에 출전한 러시아의 코트코브 안톤이 금메달을 딸 경우 한국 남자부는 근소한 점수 차이로 러시아에 우승을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 체급에는 이란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귀화한 ‘태권도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베이지 하르체가니 밀라드가 버티고 있었다. 코트코브 안톤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고, 한국은 남자부 종합우승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부는 터키와 세르비아가 금메달 숫자에서 한국과 2개씩 동수를 이뤘다. 그러나 한국은 금 2개 외에도 은 1개와 동 3개를 추가해 우승을 차지해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에 16개 전 체급에 출전하는 국가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한국 대표 팀의 남녀 동반우승은 아슬아슬한 결과였다.

남자 중량급에서는 한국의 취약점이 또 다시 노출되었다.

남자 –87kg급서 인교돈(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74kg급을 포함해 +87kg급까지 전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87kg급 인교돈이 준결승전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는 장면.

한국 남자 중량급의 취약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되었다.

근육의 양과 질, 그리고 밀도가 다른 유럽계, 특히 구소련에서 독립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에 걸친 국가들에서 등장하고 있는 대형 선수들과 순발력으로 승부하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 도입한 영상 전력분석 성과 있어... 분업과 협업의 조직화 보완해야

무주 세계선수권에는 최초로 한국 대표 팀 현장 영상 분석 팀이 가동되었다.

올해 초 강화훈련단 전력분석관에 선임된 장세용 분석관은 세계선수권 전 남녀 16개 체급별 대표 선수들이 원하는 5명씩 해외 주요 선수 영상 총 400여 편을 유튜브를 통해 수집했다.

원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영상 수집을 위한 대한태권도협회(KTA)의 효율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약 4,000만 원대에 이르는 ‘스포츠코드’를 구비되지 못해 영상을 데이터화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분석 툴을 기본적 수준에서 장 분석관이 지인들과 함께 자체 제작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심재영과 정윤조는 현장 영상분석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특히 현장 영상분석은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선수 스스로가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나 영상 전략 분석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점을 전제한다면 모든 선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판단하기는 아직 섣부르고, 보완점도 숙제로 남겼다.

우선은 대표 팀 코칭스태프와 강화훈련단 전력분석관, 그리고 한국스포츠개발원 영상분석 팀의 효율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 스포츠개발원 영상분석 팀이 파견되었지만 현장에서는 바로 활용되지 않았다.

아직 조직화와 프로세스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국제대회서 효과적으로 영상 전략분석을 활용하기 위한 조직화와 역할의 분장이 필요하다.

지난 리우올림픽 당시 한국스포츠개발원 김언호 박사 팀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 과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리우올림픽 전과 후 개별 인터뷰에서 당시 대표 선수들은 김 박사 팀의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한 호평을 했다.

그러나 김 박사 팀이 대표 팀 웨이트 훈련을 맡기 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고, 여기에 그동안 태릉선수촌서 태권도 대표 팀 웨이트 훈련을 맡았던 역도 출신의 웨이트 지도사들과의 민감한 관계로 인한 불편함 역시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대표 팀 영상 전력분석시스템이 도입되는 초기 각자의 전문성이 배타성으로 번지지 않고 협업과 분업으로 조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주 세계선수권 경기 중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세컨드와 선수, 그리고 전력분석관이 다음 경기를 대비하고 있는 장면.

두 번째는 KTA의 지원이다. ‘스포츠코드’나 ‘다트피쉬’와 같은 영상 전력 분석 시스템은 최소 수천 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전력분석관은 선임했지만 이에 걸맞은 장비와 인력의 지원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돈을 물 쓰듯 써서는 안 되지만 필요한 곳에 적절한 지원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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