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태권도장 겨루기 선수들이 대련을 하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에는 태권도장이 모두 7개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태백에서 자라며 태권도와의 인연을 이어온 토박이 김준석(37) 관장은 7개 도장 관장들 중 막내다. 그래서인지 그가 태백태권도장 운영에 쏟아 붓는 열정은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수도권 도장에서 겨루기 선수를 지도하는 광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련생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겨루기 선수의 지도는 도장 운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각급학교에 겨루기팀이 있어 선수로 활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학교 태권도부를 찾기 마련이다.

지방에서는 그래도 일반도장에서 겨루기 선수팀을 운영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수련생들을 선수로 길러내도 가까운 곳에 마땅히 진학시킬 중학교 태권도팀이 없다면 난감한 일이다.

김 관장은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자신의 도장에서는 겨루기 선수들을 발굴, 양성하고 있다. 태권도 선수로 대성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엿보이는 제자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태백태권도장에서는 20여 명의 선수들이 매일 저녁 학교팀에서나 할 법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한다. “재능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선수 양성이 여러 여건상 어렵지만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또 선수부 운영이 저 자신을 나태함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김 관장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도장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수련생과 분리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도자들을 더 피곤하게만 만들 뿐이라는 일반 관장들의 생각과는 딴판이다.

소수의 겨루기 선수들에게 쏟는 열정만큼 일반 수련생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김 관장은 모든 수련생을 자식처럼 대한다고 말한다. 김 관장을 돕고 있는 조왕희(30) 사범도 그와 뜻을 같이 한다. 관장도 사범도 모두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있어 수련생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은 더욱 확고하다.

▲ 겨루기 훈련도중 김준석 관장이 발차기 동작을 직접 수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수련생들을 두 명의 지도자가 가르치고 있는데 자식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쓸 수 있을까? 이 도장에는 차량 두 대가 구비돼 있다. 각 차량의 전용 운전기사가 따로 있다. 덕분에 지도자들이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체육관에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운영비가 만만치 않지만 제자들의 안전한 운행에도 도움이 되고 지도자들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이 도장에는 주목할 만한 방침이 있다. 모든 수련생과 개인적인 대화를 꼭 한마디 이상 주고받자는 지도자들의 다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수련생 개개인과 매일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제가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꼭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고 의무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스승과 제자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은 생각보다 많다. 단지 시간과 관심, 노력이 부족해서 실행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이 도장에서는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김 관장은 태백시태권도협회 사무국장, 강원도태권도협회 상임심판을 맡고 있다. 도장 운영만 해도 여유가 없을 텐데 사범 한 명과 이런 일을 해 나간다는 것이 놀랍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고단함보다는 보람이 큽니다. 앞으로도 일반 수련생이나 겨루기 선수나 똑 같이 열심히 가르치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 협회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호탕하게 웃으며 당당히 포부를 말하는 그에게서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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