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경연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석사덕양체육관 시범단원들이 품새 수련에 한창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무대 위에서 자신의 태권도 실력을 뽐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범의 경우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직접 선보이는 사람은 더욱 긴장한다. 하지만 멋진 태권도 시범을 성공시켰을 때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를 잊지 못해 시범단원들은 또 다시 도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 푸른마을에 위치한 석사덕양체육관의 큰 자랑이 바로 시범 활동이다. 김시경(46) 관장이 워낙 시범을 좋아해 도장에서 직접 시범단을 운영하고 있다. 20여명 남짓한 단원들은 오후 8시 반부터 강도 높은 수련을 받는데 요즘 도장에서는 보기드문 수련모습이다.

김 관장이 시범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도장에서 시범단을 운영하고 제자들과 전문적으로 시범활동을 한 것은 10년 전부터.

“2품, 3품 이상 수련생들의 운동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수련생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해 자발적이고 좀 더 즐거운 수련을 하는데 시범단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범 활동으로 수련생들이 태권도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진정으로 수련의 기쁨을 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시범단만 시범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1년에 두 번 지역 학교 강당 등 장소에서 치르는 대심사(학부모들이 보는 가운데 치러지는 공개 승급심사)에서는 모든 수련생들이 시범을 펼쳐 보인다.

어린 수련생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판을 격파하는 등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보여준다. 초등 저학년 일반 수련생들에게 송판 격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나면 수련생들의 성취감은 물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대심사에서는 김 관장의 시범도 빠지지 않는다. 벽돌 세 개를 옆으로 세워놓고 손날로 격파하는 장면에서는 수련생도 학부모도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체육관 수련생 이외에도 김 관장은 같은 지역에 뜻이 맞는 관장들과 함께 수련생들을 모아 만든 천지인시범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전국규모 경연대회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이 시범단은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이들이 고양시 각종 행사에서 높은 실력을 발휘한 덕분에 지난 10월 말 고양시의 예산으로 고양시태권도시범단이 창단됐고 천지인을 이끌고 있던 김 관장은 창단된 고양시시범단의 총감독직을 맡았다.

▲ 5살 꼬마 수련생의 띠를 고쳐매주는 박철순 사범.

‘시범단 활동과 각종 대회 참가로 도장 일에는 소홀하지 않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이 도장에서는 관장과 다름없는 사범 두 명이 있다. 박철순(24), 송진함(23) 사범은 어린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김 관장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덕분에 김 관장과 호흡이 잘 맞는다.

“사범들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시범단도 도장도 잘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46세 나이에 아직도 고난도 격파를 비롯한 각종 시범을 펼쳐 보이는 그에게 언제까지 직접 시범을 보일 수 있겠냐고 묻자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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