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회장·김태환)의 한 임원이 승부조작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전 경기분과위원장 권영호씨, 전 심판분과위원장 전정광씨, 전 품새질서대책분과 위원장 최유림씨 등 3명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전남 강진 국민센터에서 벌어진 ‘2013년 우수선수선발전 겸 2014년 국가대표예선전 4일째 경기에서 임원 A씨가 모 실업팀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제자였던 특정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해 결승전에서 상대선수에게 기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며 지난 2월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인들은 “임원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특정선수에 유리한 판정을 받게 할 목적으로 지난해 협회에 등록된 심판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회에 심판으로 선임하라고 지시함은 물론 정상적으로 선임된 심판을 부당하게 교체했다”며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주사중인 서울중앙지방검철청 형사 2부(김웅 검사)는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거쳐 권영호씨 등 3명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따라서 아직 구체적인 소환 일정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통상적 수사 절차상 임원 A씨에 대한 소환 통보가 곧 이뤄질 전망이다.

임원 A씨는 “선수 본인이 경기를 뛰지 않았는데 어떻게 승부조작이냐”며 납득할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발인들은 또 임원 A씨가 모 실업팀 감독시절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 선발전에서 코치에게 승부조작을 지시해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도 참고자료 제출했다.

2008년 2월 2008북경올림픽 1차 예선. 여자 -67kg급에 출전한 선수 A와 B는 임원 A씨가 감독으로 있는 같은 팀 소속이다. 이들은 준결승에서 만났고, A선수가 3회전 중반까지 4-1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종료 직전 이 경기를 지켜보던 임원 A씨가 코치에게 소리를 질러 A선수의 기권을 지시했고, 코치는 엉겹결에 경기를 포기하는 의미인 '수건'을 코트 안에 던졌다. 선수 A는 4-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기를 포기하게 된 것.

우연의 일치인가. 아이러니 하게도 임원 A씨의 승부조작 의혹에는 모두 B선수가 있다.

당시 A선수의 '경기포기' 파문은 사회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체육계 부정비리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임원 A씨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호씨는 “현 체제에서는 스스로 자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깨끗한 태권도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고발했다. 두 달이 넘도록 고발사실을 밝히지 못한 이유는 힘없는 저희들로서는 혹시 모를 외부의 압력에 의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까 하는 우려와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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