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 관장의 구령에 따라 수련생들이 태극 1장을 연습하고 있다.

안양에서 태권도장을 10년이나 운영해오던 김종필(40) 관장은 8년 전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 그때가 아니면 다시는 못할 것 같아서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영국의 남부지방 웨일즈에 자리를 잡았지만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당장 언어의 장벽에 막혀 수련생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김 관장은 1년 반 동안 랭귀지스쿨 교육을 통해 비로소 현지 스포츠센터에서 태권도를 지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요청으로 학교에서도 유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영국에서의 6년 태권도 지도자 생활은 그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련생들이 생각하는 태권도의 가치와 위상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으며 수련층도 다양했다. 스스로도 태권도의 위대함을 절실하게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6년 만에 돌아온 한국의 태권도장 문화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6년 만에 돌아와 보니 수련생들이 모두 도련님과 아씨가 돼 있더군요” 라며 웃었지만 그의 웃음 뒤에는 안타까움이 숨어 있었다.

지금 용인에서 2년째 김 관장이 운영하는 백호태권도장에서는 특별하게 진행하는 수업이 있다. 매주 수요일의 영어태권도 수업이다. 영어를 따로 가르치거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교육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제자들에게 영어태권도 수업을 통해 폭넓은 사고를 가지게 하겠다는 것이 김 관장의 생각이다. 영어를 시키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수요일만큼은 모든 동작을 영어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어색해 하는 녀석들도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수업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올 초에는 영국에서 실시된 클럽 심사를 돕기 위해 수련생들과 함께 8박 9일 동안 영국에 머물렀다. 10명 정도 참여했는데 반응은 아주 좋았다.

김 관장이 영국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You are best!’ 라는 식의 칭찬 교육이다.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잘하는 부분을 찾아 온몸으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이 영국에는 살아 있었다. 교육을 엄하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장점을 부각시키는 영국의 교육방식이 이 도장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 흰띠 어린 수련생의 띠를 직접 고쳐주는 김종필 관장.

태권도를 통해 건강해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그의 오랜 생각 중 하나이다.  때문에 아이들 건강을 위해 체력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적인 체성분 분석과 성장판 검사 등을 대행해 주는 아이키스쿨을 통해 연 1회 이상 모든 수련생들의 체력을 측정해 개개인에 맞게 체력향상 훈련을 실시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우리 도장에 없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도 인성도 금방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는 없는 것들이다. 김 관장이 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교육이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변화로 학부모들을 현혹할 생각은 없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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