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무현 코치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발차기 동작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등학교 태권도부의 분위기나 교육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특히 10대 후반의 남학생들인 경우 선수들의 탈선이나 이탈을 방지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태권도부 훈련은 강도도 높고 양도 많다. 훈련 시간이 길면 선수들의 대회 성적도 좋아지고, 여가 시간이 적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없어진다.
 
하지만 숙지고 태권도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우선 이들은 오후 3시 반부터 7시까지만 운동한다. 다른 팀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새벽운동도 야간운동도 없다. 숙지고 창단멤버인 이무현(36) 코치의 고집 때문이다.

“새벽과 야간에는 각자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훈련하라고 지시합니다. 소위 말하는 자율학습이죠.”

‘우리나라 고등학교 태권도부에 자율학습이 있었나?’ 젊은 코치라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숙지고는 11년 전에 창단됐고, 이 코치는 창단 당시부터 선수들을 지도해 오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겨루기 선수 출신이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관동대를 거쳐 춘천시청과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3시간 훈련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이 팀은 이미 자율운동이 정착한 상태다. 모든 선수들이 3시간의 팀 훈련 이외에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따로 하고 있다. 32명의 선수들이 새벽에도 10여 명씩 나와서 체력운동을 하고, 야간에도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헬스장, 운동장 등에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 하는 운동이 바로 이 코치가 바라는 것이다.
 
올해 숙지고는 문체부장관기대회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위라고 해도 1위와 메달 차이가 없어 우승이나 진배없는 좋은 결과였다. 또 수차례 경기도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올해 경기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김훈(페더급, 3학년)은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숙지고는 11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태권도부는 학교에서도 애지중지하는 팀이다. 10년이 넘도록 훈련 중 이탈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고, 학교생활에서도 작은 문제라도 일으킨 일이 전혀 없다.

상황이 그러니 홍석희 교장은 늘 “숙지고에서 가장 모범적인 학생들은 모두 태권도 선수들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교장의 이와 같은 사랑과 관심은 태권도부에 큰 힘이 된다. 체육교사인 김종석 감독은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입상자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사한다.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도 경기장에서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은 이 코치가 선수들에게 유일하게 미안한 점이 있다며 말을 꺼낸다.

“감정표현을 잘 못하는 게 제 고민입니다. 잘했을 때 다른 코치들처럼 한번 안아주기도 하고 크게 기뻐하기도 해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잘 못하거든요.”

경기에서 승리한 제자와 무덤덤하게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이 코치지만 마음속으로는 관중들을 향해 ‘저 녀석이 내 제자입니다’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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