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체전에서 이인종(왼쪽,경북)과 최은비(충남)가 강도감지호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전국체전에서 처음 사용된 KP&P사 제작 ‘강도감지호구’에 출전선수 및 시도 관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전 전국체전에서 강도감지호구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제는 경기 첫날부터 터져 나왔다. 3개 코트에서 동시에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두 개 코트에서 전자호구와 연결될 기계의 오류로 1시간여 동안이나 경기 진행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한 개의 코트로만 경기가 진행되어 경기 시간이 크게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경기 중 센서가 타격을 인식 못하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여고부 라이트급 서영민(충북)과 서지은(경북)의 경기에서 센서가 강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은 작동도 안하는 고장난 호구를 입고 2회전까지 전력을 다해 경기를 치렀다는 사실이다.

결국 두 선수는 호구를 교체한 후 1회전부터 다시 싸웠다. 5회전 정도를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예선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승자는 이후 경기에서 그만큼 경기력이 떨어질 것이 뻔한 이치다. 또 심판들이 3회전이 시작될 때까지도 호구가 강도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도 설명하기 힘들다. 센서가 강도를 인식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선수 측에서 항의할 때까지 경기를 진행시킨 관계자들의 무신경이 놀라울 뿐이었다.

득점 강도로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에 심판의 조정관에 진동이 오는 시스템도 말썽을 부렸다. 진동이 오지 않는가 하면 공격이 끝났는데도 진동이 지속되는 등의 오류로 인해 경기 3일째부터는 아예 진동 자체를 없애 버렸다.

그렇게 되자 심판들은 공격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전광판을 쳐다봐야 했다. 유효 강도인지 아닌지 전광판을 보고 판단하려는 희한한 광경이었다. 

강도감지호구는 이미 연세대총장기, 코리아오픈대회, 국방부장관기를 거치며 심판과 기계가 함께하는 반자동방식에 근접센서방식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그 이전에 벌써 많은 불평을 사고 있던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와 비교됐기 때문이다.

라저스트 전자호구와 견주었을 때는 유리했지만 KP&P의 강도감지전자호구는 아직도 전국체전 등 정규대회에서 사용하기에는 결함이 많다는 것이 시도협회 관계자들과 코치들의 반응이었다.

강도감지호구 문제와 관련해서 특히 이를 선호해온 심판들의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강도감지호구에 대해 시도 관계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항의한 부분이 바로 올바른 공격이 아닌데도 유효강도로 인식된다는 점이었다. 체전이 시작되기 전날 대표자회의에서 이미 KTA는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해 “올바른 공격이 아닐 경우 심판들이 조정관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강이나 무릎으로 가격한 경우에도 심판이 득점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몸과 몸이 부딪혀도 점수로가 인정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와 관련해 시도협회 관계자들은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한  KTA의 시도는 좋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제품을 전국체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TA 양진방 전무는 지난 9월 대전에서 열린 전무이사협의회에서 “세 차례 사용 기회를 거치면서 KP&P측과 KTA 기술전문위원회가 수차례 회의를 통해 많은 오류들을 수정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국체전에서 양 전무의 말을 뒷받침해줄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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