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기(왼쪽 끝) 감독과 서승민(오른쪽 끝) 코치가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인천대표로 출전한 미들급 여슬기(남인천여중)는 결승전 상대 신애리(동본리중)에 3회전까지 1점을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갈 무렵 신애리에게 뒤차기를 허용해 손안에 들어왔던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순간 남인천여중 서승민(36) 코치는 코트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5월 전남 장흥에서 열린 소년체육대회에서였다.

서 코치는 소년체전 예선전부터 출전선수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뒤차기가 송곳처럼 날카로운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신애리였다. 경기를 꼼꼼히 지켜보며 상대를 분석하던 서 코치의 머릿속에 ‘슬기가 저 녀석이랑 붙으면 쉽지 않겠는 걸?’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예상대로 신애리와 여슬기가 결승에서 만났다.

“슬기는 다른 기량에 비해 왼발이 약합니다. 신애리는 왼발 뒤차기가 좋았죠. 오른발 공격이 들어가면 뒤차기를 허용하기 쉬울 것 같아 섣불리 나가지 말고 스텝으로 상대를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슬기가 잘 따라 주었습니다.”

하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여슬기는 경기가 끝나갈 무렵 서 코치의 지시와 상반된 공격을 취했다. 순간 여지없이 신애리의 예리한 뒤차기가 여슬기의 몸통에 적중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가장 힘든 것은 본인이겠죠? 실수로 인해 금메달은 놓쳤어도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선수도 지도자도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남인천여중은 인천 최강의 여중팀이다. 올해만 해도 인천시 모든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전국규모 대회에서도 다수의 메달은 물론 종합우승(중고연맹회장기대회)도 차지했다. 총 12명으로 많지 않은 선수들인 데다가 훈련장이 좁아 서 코치의 태권도장을 오가며 훈련하는 불편항 여건까지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적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은 오후 4시 반부터 6시까지 학교에서 체력과 기본기를 훈련하고 7시 반까지 식사를 마친 후 9시 반까지 서 코치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기술훈련을 한다. 훈련 내내 곁을 떠나지 않는 서 코치는 선수들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 곧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학교일과 외적인 문제까지도 관여한다.

“학교를 졸업했어도 잘못된 생활을 한다거나 학생, 선수 본분에서 이탈한 행동을 할 경우 학교로 불러 매를 대기도 합니다.”

▲ 서승민 코치

팀 자랑 좀 해보라는 요청에 한 학생이 다짜고짜 “우리 팀은 태권도도 잘하지만 얼굴이 참 예쁩니다”고 말한다. 2학년 박은아가 “경기장에 가면 ‘너희 학교는 얼굴보고 태권도부 뽑니?’라는 질문도 받아요. 이 정도면 미모는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것 아닙니까?”라고 너스레를 떤다.  태권도부 전체의 웃음보가 터져버린다.

태권도 실력도 좋고 몸과 마음도 예쁜 남인천여중 태권도부. 서 코치는 티내지 않아도 선수들의 노력과 결과에 내심 만족해하는 눈치다. 유일한 욕심이라면 ‘지금처럼만 팀 분위기도 태권도 실력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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