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고 태권도부에 들어온 새내기들은 종종 “태권도부에 들어온 건지, 육상부에 들어온 건지, 구분이 안 된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체력이 선수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나호동(34) 코치의 주관 때문이다. 선수들은 매일 10km에서 많게는 15km까지 달리는 강행군을 한다. 정규수업을 모두 받고나서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시간도 많지 않은데 태권도보다는 달리기에 치중하는 나 코치가 1학년들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졸업생들이나 2~3학년 선배들은 달리기가 재미없기는 해도 그 효과를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군소리가 없다. 체력의 중요성을 잘 확인시켜 준 좋은 예가 바로 3학년생 김슬기(플라이급)다. 1학년 때는 3회전을 치르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꾸준한 체력훈련으로 2학년 때부터 경기도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종별대회에서 금메달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대회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는 결실까지 얻었다.

나 코치는 최근 선수들의 평균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4년여 전부터 체력훈련의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역전되는 경우가 많죠, 그 말은 곧 우리가 체력이 강할 경우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죠.”

체력훈련을 중시한다고 기술훈련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코치는 기본기 이외에는 고난도 기술을 많이 지도해왔다. 고난도 기술에 차등점수가 적용되기 이전부터 기흥고는 고난도 기술을 훈련하고 있었다. 때문에 주변에서 위험부담이 있는 그런 기술을 왜 사용하느냐는 비판도 들었지만, 나 코치의 지도방침은 확고했다.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훈련을 거듭해온 기흥고에게 올해 새로 적용된 차등점수제도는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 참가한 전국대회마다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전국대회서 메달 따는 것만큼 어렵다는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정윤(3학년, 밴텀급)과 김슬기가 선발됐다. 특히 우정윤은 오는 11월 이란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대표로 뽑힐 만큼 좋은 실력을 가졌다.
올해 기흥고가 남기고 있는 대회는 전국체전과 11월 KTA회장기대회다. 강도감지호구가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이 대회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 코치는 선수들에게 호구의 변화에 크게 부담 갖지 말고 얼굴과 뒤차기 위주의 공격을 펼치라고 지시한다.

체력을 훈련의 초석으로 생각하는 기흥고 태권도부는 오늘도 예외 없이 달리기를 하기 위해 학교 버스를 타고 구갈 레스피아공원으로 향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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