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으로 갈수록 코치들이 경기장에서 선수에게 하는 주문은 많아진다. 경기 중인 선수에게 세부적인 동작까지 모두 지시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만수북중 방성원(42) 코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말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태권도에서도 창의력이 중요합니다. 중학교 선수들이기 때문에 많은 가르침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지도자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11년째인 만수북중 태권도부는 1기 염효섭(상무, 2009년 국가대표1진)과 2기 윤희성(용인대, 2009년 국가대표2진)을 비롯해 많은 선수들을 배출해냈고, 현재도 훌륭한 선수들을 양성 중이다. 

사실 올해 소년체전이 끝나기 전까지 만수북중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매년 2명 정도는 소년체전 대표로 선발돼 왔지만 이번에는 4명이나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운동했고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4명 모두 입상이 좌절됐다. 팔이 안으로 굽어 내 제자가 상대 선수보다 더 잘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었기에 지도자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경기가 끝나고 방 코치는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 수고 많았다”는 말만 남기고 안타까운 속내는 드러내지 않았다.

한때 전국대회 종합 우승을 달리던 전성기가 있었던 만수북중. 그렇다고 지금이 침체기는 아니다. 올해도 3.15대회에서 종합 4위를 달성했고, 소년체전 대표로 4명이 선발된 것도 팀에는 큰 결실이다.

만수북중 22명 태권도 선수들은 어느 학교 선수들보다 얼굴이 밝다. 농담도 곧잘 주고  받고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팀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제각각 재미있는 장기가 하나씩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명이 제 장기로 재미있는 얼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여주자 나머지가 배꼽을 잡고 자지러진다. 선후배간 경직된 보통 운동부와 달리 22명의 우애가 돈독한 것이 만수북중의 큰 장점이다. 

방 코치는 만수북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감할 생각이다. 11년간 아이들과 함께해온 자리에서 남은 시간도 충실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모든 대회가 끝난 지금이 유일하게 편안한 시간. 만수북중 태권도부는 그동안 부족했던 학업과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체력훈련으로 학교 인근 거머리산을 오르내리는 만수북중 태권도부의 목표는 창단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전국 1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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