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주브라질 한국대사와의 오찬 모임에서 나는 정부 초청으로 한국 방문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최홍희 총재 사건으로 후배 및 제자들에게 배신을 당한 내게 당신이 외려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신이 일본대사로 재직 중 일본 사무라이들이 오야붕을 철저히 섬기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모래 같은 한국 사람들에게 시멘트를 넣어 단단한 민족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는 고국방문 겸 세계연맹이 주최하는 제2회 세계태권도대회에 브라질 국가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다. 행사 일정에 따라 청와대를 방문하고 판문점과 땅굴을 견학하기도 하였다. 국기원 김운용 총재와의 만남에서 최 총재에 대한 예우를 통해 국기 태권도의 하나됨을 보여줄 수 있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고려해보겠다는 김 총재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총재는 나에게 무슨 관이냐고 물었다. 나는 “청도관입니다만 브라질에서는 관을 따지지 않고 다만 태권도라고만 합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김 총재는 미국의 태권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국 태권도사범들이 머리가 없어서 유도 사범들이 태권도를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도 사범들이 태권도를 사칭할 수 있었던 것은 국기원이 이들을 통해 단증을 발급해 주기 때문이었다. 국기원이 발급하는 단증에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단증을 엄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브라질 태권도연맹을 세계연맹 회원단체로 등록하고(등록비 200불) 나니 김 총재와 엄운규 원장께서는 역사적인 일을 하였다며 격려하였다. 이후 국기원 및 세계연맹과의 모든 행정연락은 김운용 총재와 직접 하기로 약속하고, 단 신청 및 관리 등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줄 것을 약속받았다.

최 총재 사건으로 직장을 잃었던 친척의 직장을 회복시켜주고 나서야 겨우 고향에 계신 어머님을 찾아뵐 수 있었다. 어머님께 나는 죄인이었다. 떠날 때 인사도 못 드리고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쉽사리 성공하지 못하여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이보다 더 한 불효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머님 앞에 반가움보다 눈물이 앞섰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다시 브라질로 돌아왔다.

태권도인으로서의 브라질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세계연맹에 소속되어 국기원 및 세계연맹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돌아온 나는 태권도 사범들의 재정비에 나섰다. 근거 없이 나를 모함하고 배신했던 태권도 사범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나를 배신했던 김 사범이 나를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 아끼던 제자였던 김 사범을 내칠 수는 없었다. 다시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당부하고 받아들였다.

각 주로 사범들을 파견하여 태권도 보급에 힘쓰는 한편 각 주별 협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단체로 만들어가면서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태권도협회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었다. 독립적인 태권도 협회를 결성할 수 있을 때까지는 복싱협회 내에 태권도 부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주 별로 태권도장을 설립하기 위해 사범 파견을 증대하고 주 협회를 창설하고 이를 토대로 브라질 태권도연맹을 조직할 때까지 모든 사범들은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지도를 하던 정치인 수련생의 도움으로 CHO TAE KWON DO CENTER CLUB이라는 제2의 태권도장을 개관하고 쌍파울 위성도시에 30여개의 지관을 설립하면서 태권도 보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조상민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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