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계획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안산, 성안고는 그 전원주택 도시에서 유일하게 고등부 태권도를 가진 학교다. 안산의 태권도 꿈나무들이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진학하게 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최영일 감독이 2003년 교장의 지지를 받아 팀을 창단한 것이다.

어느 태권도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성안고도 6명이라는 적은 선수로 어렵게 시작했다. 선수들이야 앞으로도 계속 입학할 것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성적도 낼 수 있겠지만 성안고는 특히 지도자 선택에 만전을 기했다.

훌륭한 선수가 꼭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안고에서 코치로 선택한 사람은 정상급 선수로 활동했던 최만용(34) 코치. 동성고, 한국체대, 삼성에스원(당시 삼성물산), 국군체육부대를 거쳤으며 국가대표 선수로도 상당한 경험을 가진 선수였다.
 
"선수생활을 마감할 당시 학교 체육교사와 성안고 태권도 코치직 제의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선수출신이어서 그런지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해 보고 싶어서 성안고의 손을 잡았습니다."

창단 당시를 회상하던 최 코치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당시 6명의 선수들이 메달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에서 3회전을 버티기도 어려울 정도였단다. 학교 측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존심이 상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최 코치는 웃음 속에 감춰진 아픔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은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도 많은 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성안고는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 종합 순위에 오르는 실적을 보였고, 이후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체전에서 김민지(한국체대)와 조혜린(경희대)이 나란히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김민지는 1, 3학년 때 주니어세계선수권대표로 선발돼 두 번 모두 세계 1위에 올랐다. 올해는 장수현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장수현(2학년)은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선발돼 오는 11월 이란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고등학교 지도자로 갖추어야 할 부분은 태권도 경기 지도력뿐이 아닙니다. 아직 청소년인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비뚤어지지 않도록 잘 인도해야 합니다. 또 고등학생인만큼 진학에도 신경을 써야 하구요."

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진학이다. 학교에서도 따듯이 배려해준다. 영어교사 출신 최승복 교장은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태권도부와 핀수영부, 두 운동부 학생들만 따로 모아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마지막 수업시간을 한 시간 일찍 끝내준다. 훈련을 한 시간 일찍 시작할 수 있어 좋고 일반학생들과 함께하는 영어수업에 비해 운동선수들만을 대상으로 준비된 영어수업은 내용도 분위기도 모두 만족스럽다.

최 코치의 선수 관리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의 핸드폰에는 선수들 핸드폰 번호 이외에 집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매일 선수들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 30통의 전화를 받는다.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도 몇몇 선수들에게는 30여분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집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모두 착한 제자들이지만 행여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적지 않은 인원 30여 명을 단속하는 최 코치의 열성이 생생히 느껴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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