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능이 6~7세인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도장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국내의 모든 태권도장에서는 태권도 교육과 함께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 예의를 중시하는 태권도의 정신에 따라 태권도 수련에서 올바른 인성이 길러지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별도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태권도장도 많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인격이 제대로 갖추어진 지도자가 어린 수련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때도 많다. 인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 수업들이 진행되지만 단지 학부모들을 자극해 수련생을 늘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보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태권도 수련층은 줄어드는 데 반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태권도장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도덕적인 호객행위식 입관 상담을 하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띈다. 이런 태권도 지도자들도 자신의 도장에서는 인성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그런 도장들이 있는 반면 도장이 여유로운 평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아무 대가도 없이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 은평구 청룡호키태권도장의 윤창식(36) 관장은 도장을 개관한 첫 해부터 장애인들을 지도해 오고 있다. 그런 선행을 자랑해 본 적도 없다.

이 도장의 장애인 수업은 월·화요일 오전에 2시간씩 이루어진다. 사단법인 'With love' 산하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정신지체장애인 15명이 도장을 찾아 태권도를 배운다. 태권도 지도는 윤 관장과 사범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센터에서도 교사가 도장에 나와 태권도 이외의 체육수업을 진행한다.

도장 관장에게는 평일 오전이 비교적 한가하게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매일 늦은 밤까지 수업이 있고 주말에도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평일 오전에는 보통 쉬거나 자기 개발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이런 시간을 할애해 장애인을 무료로 지도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수업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아주 단조로운 동작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장애를 가진 수련자에게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업은 단조로운 기본동작과 체력운동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런 반복적인 수업이 장애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윤 관장과의 인연으로 7년 전부터 이 도장에 소속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해 주도록 부탁하고 있는 김영희 원장은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는 장애 자체보다 움직임 없는 일상에서 오는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태권도 수련으로 우리 센터의 장애인들은 상당히 건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매사에 수동적이고 정(靜)적이던 장애인들이 능동적이고 동(動)적으로 변화됐습니다. 무엇보다도 태권도 수련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며 윤 관장의 태권도 지도봉사에 고마워했다.
 
기독교인인 윤 관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태권도장 관장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복지를 직접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는 봉사의 기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이야기 도중 "도장 관장이 아니었다면 복지와 관련된 일을 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아무리 훌륭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하더라도 관장 자신의 정신이 올바르지 않다면 수련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봉사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윤 관장, 그것도 도장을 운영해온 7년 동안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온 그의 봉사정신에 믿음이 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