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그것은 올라가야 할 형편이면
말없이 올라간다.
완만하거나 가파르거나 따지지 않고
묵묵하게 올라간다.
힘이 들고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흘러도
쉬지 않고 올라간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내려갈 줄 안다.
왜 허망하게 수치스럽게
내려가야 하느냐고
투덜거리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아주 낮은 데까지
순순히 내려간다.

길은 돌아갈 줄도 안다.
가야할 방향이 바로 앞이라도
지형이 허락하지 않으면
옆으로 길게 돌아서 간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갈 길이 급해도
우직하게 돌아서 간다.

힘든 곳을 잘도 톺아 올라간다고
박수와 갈채를 보내도
우쭐대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왜 패배주의자처럼 내려가기만 하느냐고
안타까워들 하고 때론 멸시해도
말없이 웃으며 내려간다.
왜 바보처럼 멀리 휘돌아 가느냐고
손가락질하며 놀려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갈 길을 간다.

길은 언제라도 마음의 동요가 없다.
뚜벅뚜벅 걷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간다.
태권도의 길은 다른 것인가.
태(跆)와 권(拳)만 있고 도(道)는 없는가.

최창신 고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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