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4전 5기'의 주인공 홍수환이 WBA 챔피언 벨트를 가져온 이래 35년만이다.

한국 복싱의 희망 김지훈(22, 일산주엽체)이 13일(한국시각)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스에서 졸라니 마랄리(32, 남아공)를 9라운드 KO로 꺾고 국제복싱기구(IBO) 슈퍼페더급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지훈은 이번 경기에서 사우스포인 상대의 까다로운 움직임을 서서히 막아낸 후 9회 오른손과 왼손 펀치 연타를 퍼부어 상대를 TKO로 꺾었다.

타고난 재능, 복싱 위해 태어난 '천재'

김지훈이 처음 체육관의 문을 두드린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호기심에 체육관을 찾았다가 2주만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김형렬 관장은 김지훈의 체형과 움직임을 보고 단번에 세계챔피언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낀 글러브. 그 때부터 김지훈의 질주는 시작됐다. 2005년 한국챔피언에 오른 이래 2006년에는 동양챔피언에까지 오르며 세계챔피언으로의 행보를 시작했다.

김지훈이 크게 주목받은 것은 2008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적인 강자 코바 고골라제를 1라운드에 KO시키면서다. 맹수처럼 달려드는 김지훈의 속사포 연타에 복싱의 본고장 팬들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올해 3월, 미국에서의 두 번째 경기도 김지훈에겐 통과점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강자인 길버트 살리나스를 8회 TKO로 침몰시키면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려갔다.

이번 타이틀전 승리를 포함해 김지훈은 최근 전적 11연승 11연속 KO(TKO)승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는 그와 싸울만한 상대조차 없다.

김지훈의 장점은 동체급에서 찾기 힘든 긴 리치와 빠른 스피드, 그리고 승부사 기질이다. 스스로도 '나는 하이에나다. 상대는 먹잇감에 불과하다'라고 말할 만큼 그는 복싱에 있어서는 타고난 사냥꾼이다.

목표는 메이저기구 석권, 동급 최강 파퀴아오 넘어야

국내에서의 무관심, 냉대를 견뎌내고 세계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IBO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세계적인 강자들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WBA, WBC 등 메이저기구 타이틀을 따내야 한다.

현재 김지훈과 같은 체급인 슈퍼페더급에서는 훔베르토 소토, 조르지 리나레스, 로버트 게레로 등 세계적인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지훈이 이 체급 최강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또한 슈퍼페더급에서 5차례나 방어전을 치르고 최근에는 라이트급에 이어 웰터급까지 초토화시키고 있는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복싱의 1인자다. 김지훈이 조금 더 승수를 쌓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매니 파퀴아오와의 맞대결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냥 챔피언이 아니다. 권투 역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챔피언 중의 챔피언, 역사에 남는 복싱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제 그 첫 걸음을 뗀 김지훈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엠파이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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