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태권도 정신, 관훈(館訓), 전·측면 급소, 삼강오륜을 큰소리로 외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 이내. 경기도 일산 경희대국가대표태권도장에서 매 수련시간마다 빠짐없이 읊고 넘어가는 것들이다.

목이 터질 듯 큰 소리로 도장 전면에 쓰인 것들을 읽어 내려가는 정신교육뿐만 아니라 이 도장에서는 다른 도장보다 운동량도 많다. 수업은 연령대별로 나누어 진행한다. 나이나 학년를 배려한 훈련시간 운영으로 수련생들은 학업이나 다른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최대한 훈련에 몰두할 수 있다. 덕분에 훈련강도가 세기는 하지만 학업이나 다른 생활에 지장이 없고 체력이나 기술도 빠른 속도로 향상된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 중시하고 있는 줄넘기도 전문적으로 지도한다. 통상 일반도장에서는 하루 50분 수업에서 태권도와 줄넘기를 적절히 배분하고 있지만 이 도장에서는 월·수·금요일에는 모두 태권도를, 화·목요일에는 줄넘기와 생활체육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줄넘기를 보조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고, 태권도도 줄넘기도 모두 주된 수업으로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50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하루의 수업시간을 나누지 않고 요일별로 배분했습니다." 경희대국가대표태권도장 조하남(36) 관장은 다른 도장과는 차별화된 수업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도복을 입고 줄넘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복의 허리띠가 줄에 걸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요일별 분리수업이 여러모로 효율적일 수 있다. 수업에 따라 복장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분리해 운동하고, 태권도와 줄넘기를 요일별로 분리하는 것 이외에도 철저하게  분리된 것이 또 하나 있다. 조 관장과 두 명의 사범이 수련생을 가르치고 있는 이 도장에서는 각 사범들의 특기에 따른 과목별 분리 수업을 진행한다.

우선 조 관장은 겨루기와 품새를 지도한다. 6세 때부터 건강을 위해 태권도장을 다녔던 조 관장은 중고등학교부터 대학, 군에서까지 선수로 활동했고, 군 시절 국방부장관기대회에 해군작전사령부 소속으로 출전해 체급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선수출신이다. 이런 선수시절 경험으로 겨루기 지도는 상당한 수준. 10년차 태권도장 관장으로 지내며 쌓인 내공으로 품새 지도에도 일가견이 있다.
 

음악줄넘기 강사인 장민철(33) 지도사범은 음악줄넘기와 함께 품새를 지도하고, 이하나 사범은 요가, 태권체조, 스트레칭 등을 담당한다. 이 사범은 이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운 조 관장의 제자다. 대학에서도 생활체육을 전공한 덕분에 태권도는 물론 각종 스포츠에 능통하다.
 
이렇게 수련생도 수련과목도 지도자도 철저하게 전문화된 분리수업으로 교육하기 때문일까? 이 도장에서는 연령대별 수련생 비율이 고르다. 최근 태권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수련생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 유치부와 초등학교 저학년 수련생이 도장 수련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도장에서는 초등 저학년수련생의 비율은 30%. 초등 고학년 30%, 중고등부가 30%다. 많지는 않지만 대학일반부도 운영되고 있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등부는 모두 어려서부터 이 도장을 다닌 수련생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퇴관율이 낮다는 말이다. 또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서도 충분히 수련동기를 유발해내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지도자들의 역량이 우수해 수련자들의 호응을 충분히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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