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화도진중학교에서 드러난 코치와 여자선수의 부적절한 관계는 태권도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충격적 사건이었다. 위기에 처한 화도진중은 26세의 상무출신 김동우 코치를 영입하며 재도약을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한동안 침체기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랬던 화도진중이 놀라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녀 선수 10명으로 네 차례 출전한 전국 규모대회에서 매번 메달을 획득해 총 금 1개, 은 1개, 동 5개를 획득해냈다. 젊은 김동우(26) 코치의 열성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빚어낸 것이다.

김 코치는 인천에서 중고교 시절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고, 상명대와 상무팀에서도 선수로 활약했다. 군에서 제대할 무렵엔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던 엘리트 선수.

"저도 인천 출신입니다. 모교는 아니지만 어린 선수들이 코치도 없이 방황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군에서 제대하기도 전에 부대와 학교를 매일 오가며 지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정이 들어서 이 녀석들에게 최고의 코치가 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해 12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지만 지금 김 코치의 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선수 개개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김 코치는 선수별로 장단점을 지적하며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정신적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직 현역 선수생활을 겸하고 있는 김 코치는 지난 7월 대통령기 단체대항전에서는 시흥시체육회 소속으로 출전해 남자일반부 -63kg급에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코치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똑같은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행히 입상했으니 선수들의 사기도 좀 높아지지 않았을까요?"라며 수줍어하는 김 코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른 선수들처럼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선수생활을 겸하는 덕에 김 코치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훈련도 경기도 선수입장에서 많이 생각한다. 다른 코치에 비해 나이가 어린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나이차가 적은 덕분에 선수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보다는 겨루기도 함께하며 직접 보여주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열정과 노력 때문일까?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을 받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화도진중 태권도부는 누가 봐도 패기 넘치는 팀으로 탈바꿈했고, 몇몇 선수들은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평화기대회, 3·15대회, 중고연맹회장기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이지영(헤비급)은 코리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유망주로 각광받고 있다. 문체부장관기대회에서 나란히 남녀 플라이급 동메달을 획득한 이상훈과 강나영도 지금 2학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추된 명예 회복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 주말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갖고, 주말에는 가끔 소풍도 갈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피로해 있을 선수들을 위해 김 코치는 지금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던 김 코치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나도 너희들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지금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면 우리는 어떤 팀보다 강해질 것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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