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가 존댓말 사용을 아주 잘 하고 있으며 약속도 잘 지킵니다.”
“OO는 최근 사춘기를 맞아 낯을 많이 가리고 예민합니다. 관장님과 사범님이 관심있게 지켜봐 주세요.”

서울 신당 4동 주택가에 위치한 광동태권도장에서 매주 가정으로 전달됐다가 회수되는 생활 평가서에는 주로 이런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수련생들이 매주 수행해야 하는 항목들이 가득한 종이 위에는 꼼꼼한 학부형들이 또박또박 손수 적어 넣은 글씨가 정성스레 담겨 있다.

이 도장은 매주 다른 항목으로 짜인 생활평가표를 각 가정에 배부, 학부모가 직접 수련생들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예절 및 효행 실천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한다. 자녀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자녀의 변화를 눈치 챈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수련생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처음 입관한 수련생은 자신감을 기르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전 수련생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통해 자기를 알리고 태권도를 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 목표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수련생들은 차근차근 침착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발표력을 기르고 조리있게 말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김종호 관장은 수련생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어렵게 여기지 않도록 하고, 누구에게든 자기를 떳떳하게 소개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이런 방법을 마련했다.

또한 도장 생활에 필요한 예의범절과 질서의식 등을 교육함으로써 너무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방법을 비롯해 이름을 부를 때에 답변도 “네, 홍길동입니다”가 아닌 “네, 사범님”, “네, 관장님” 등 부르는 사람의 호칭을 넣어 답변하도록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런 방법은 기존의 태권도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군대식 언어습관을 고치고 상대방을 고려한 답변을 하도록 훈련함으로써 자칫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쉬운 요즘의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이 밖의 교육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선행을 한 사람이나 장점을 가진 사람을 칭찬할 수 있는 칭찬엽서제도, 수련생들의 예절교육을 위한 영상교육, 효행쿠폰제도 등은 수련생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지난해부터는 뇌호흡 프로그램인 BIR을 도입, 아이들의 두뇌를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최근 산만한 아이들 위주로 실시하고 있으며 도장에 먼저 오는 수련생들도 이를 통해 차분하게 수련시간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좋은 도장을 만들기 위해 시설을 쾌적하게 하고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춰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우 단순하지만 말 속에 대단한 열의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것이 지난 16년 간 이 도장이 지역의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이유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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