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운 코치가 선수들에게 뒤차기 공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절벽에 핀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듯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이룬 성과가 더 큰 성취감과 보람으로 다가온다. 한광중 태권도부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똘똘 뭉쳐 귀중한 결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광중의 태권도부의 역사는 깊다. 하지만 20여년 지속되던 태권도부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1994년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6년 전 다시 싹을 틔워 유지되어 온 것이 지금의 한광중 태권도부다. 3명으로 학교에서 정식 팀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출발했던 태권도부는 지금 남자 9명, 여자 5명의 식구로 늘었다.

새로 시작한 후에도 이들에겐 여전히 변변한 훈련장 하나 없었다. 적은 인원으로 처음 참가한 전국 규모대회에서도 출전선수 모두가 보기 좋게 1회전에서 탈락했다. 운동할 공간도, 학교 측 지원도 전무한 상태. 그러나 부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에 ‘괜찮아’ 라고 격려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붙여주었다.

그때부터 한광중 태권도부원들을 지도해온 서재운(37) 코치는 ‘팀과 생사를 같이 하겠다’며 굳은 뜻을 세웠다. 역경이 오히려 학부모, 선수, 코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 주었다. 선수들은 팀의 어려운 현실을 알고 더욱 열심히 훈련했고, 학부모들은 훈련장소를 섭외하고 이동차량을 제공하는 등 열성을 보였다. 이같은 열성에 학교가 정식으로 인정하는  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원들이 속한 학급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선수와 팀을 배려했다.

해를 거듭한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부터 드디어 전국 규모 대회에서 메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협회장기대회에서는 김태곤(L-헤비급)이 1위에 올랐고, 조성혁(밴텀급)이 2위를 차지하며 단체전 종합순위도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부원들은 기쁨에 휩싸였다. 이런 성과 덕분에 학교 측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정 금액을 태권도 활동 예산으로 편성해 지원해 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한 달에 한번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갑자기 정식 운동부를 창단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머지않아 정식 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번듯한 태권도팀을 만들어 제자들에게 물려주고 팀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부원들이 부담해온 푼돈으로 태권도부를 지도해오던 서 코치의 소망이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둔 돈으로 월세로 얻은 훈련장이 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선수들은 곧장 훈련장으로 서둘러 이동한다. 건물 지하층이지만 그들만의 공간인 이곳에 ‘한광의 태권도의 역사는 우리가 만든다’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아직은 비공인 운동부이지만 한광중 태권도부원들은 올해 남은 전국규모 대회에서 종합 1위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졸업하기 전에 꼭 종합 1위 성적을 낼 것입니다.” 주장 조성혁이 목소리에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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