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다가 유명한 한의원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한의원의 복도 벽에 유명한 중국의사들의 사진과 이름들이 적혀있어 관심 있게 쳐다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곳의 의사에게 물었다.

그곳에는 우리가 잘 아는 ‘화타’와 ‘편작’ 그리고 醫聖의성으로 불리는 ‘장중경’ 등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편작의 이름 옆에는 ‘醫神의신’이라는 말이 붙어있고 ‘화타’의 이름 옆에는 ‘醫醫神의의신’ 이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의신이면 의신이지 의의신은 도대체 무언가 싶어서 물었던 것이다.

화타가 편작보다 ‘의’자가 하나 더 붙는 것은 편작은 천하에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병을 잘 고치지만 화타는 병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병이 들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건강양생’의 도를 가졌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높은 의술을 가졌고 그래서 의자를 하나 더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병을 예방하는 능력이야 말로 가장 큰 의술이라는 것이다.

건강하고 튼튼한 부분, 우리 몸의 생명력을 더 강화해서 병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동양무술의 근본정신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 화타의 정신을 중국 사람들은 의술의 가장 높은 단계로 인정하는 것이다.

말년의 편작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는 훌륭한 명의가 됩니까?” “나에게는 형이 둘 있는데 나보다는 나의 둘째 형이 훨씬 더 훌륭한 의사라오!”

천하의 명의 편작보다 더 훌륭한 의사라는 말에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소?” “나는 병이 있는 사람을 고치지만 나의 형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장래에 걸릴 병을 알고 예방을 해주는 사람이요, 그러니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때문에 병을 잘 고친다는 이름이 나지는 않지만 나 보다는 분명 한 단계 더 훌륭한 의사랍니다”

편작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진정 더 훌륭한 의사는 나의 큰형이요, 나의 큰형은 주변사람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어 그 동네에는 병을 앓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진정으로 훌륭한 의술을 지닌 사람은 바로 나의 큰형이요”

편작의 둘째 형은 다양한 성인병들이 장기적인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당대에 찾아볼 수 없는 명의였음이 분명하다. 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고 그 병을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은 동양적 관점에서도 인간의 만병은 인간이 생활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현대의학에서는 더욱 명확하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등은 물론 심장병과 각종 암들도 결국은 잘못된 생화습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런 질병들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유지를 위한 대사활동이 잘못된 생활습관들로 인해 장해를 받으면서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 가장 잘못된 생활습관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운동부족”이다. 그래서 이런 성인병들을 바로 “hypokinetic disease" 즉, ”운동부족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편작의 큰형은 바로 화타와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건강하고 튼튼한 부분을 더 건강하게 키우고 강화해서 아예 병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것이다. 화타가 오래 사는 다섯 가지 동물들의 형을 따서 건강 체조를 만들고 그것이 나중에 ‘소림오권’이나 중국무술을 대표하는 형의권의 원형이 된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운동부족 그 자체이면서 보다 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질병을 일으키는 동일한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그 바이러스에 의해 독감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몸 안에서 이를 극복하고 견디고 나아가서는 내성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병을 이기는 건강한 몸과 병에 지는 약한 몸의 차이다.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 나아가 생활습관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교육적 공간, 활동적 공간이 되는 수련장은 바로 태권도장밖에는 없다. 날마다의 태권도 수련은 태권도 기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을 스스로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고 병을 예방하게 해준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태권도장은 병을 예방하는 또 다른 차원의 예방병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장은 이제 단순한 신체활동을 주관하는 곳이 아니라 수련생들의 건강생활을 지도하고 생할습관을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건강지도의 역할과 건강증진을 주도할 기관이 이제는 태권도장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태권도를 하면 건강해지고 도장은 예방병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류병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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