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3일부터 전북 무주와 전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행사에 참여해 종주국의 태권도 문화를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방문 이유는 윤 사범의 부친 산소에 대한 성묘. 그래서 이들은 입국하자마자 충북 충주의 산소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부친의 묘소를 찾았던 윤 사범은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감동을 맛보았다. 동행했던 외국인 제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어디서 구했는지 낫을 들고 벌초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판이한 머나먼 외국 땅에서 태권도를 가르쳤건만 스승과 제자간의 예나 도리는 오히려 종주국인 한국을 능가하는 수준.

국내에서 태권도 지도자 생활을 하던 윤 사범은 세계태권도연맹(WTF)으로부터 남태평양의 오지 뉴칼레도니아에서 태권도를 보급하도록 권유를 받았고 고심 끝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때마침 당시 뉴칼레도니아는 내전 중이었고, 숙소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상황을 알게 된 WTF도 뒤늦게 윤 사범에게 호주, 캐나다로 옮길 것을 권했다.

“떠날 수가 없겠더군요. 전시의 어렵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태권도 지도자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눌러 앉기로 결정했습니다.”

뉴칼레도니아는 현재 프랑스의 속령. 윤 사범은 1987년 남태평양게임 개막식에서 직접 태권도 시범을 보여 1991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88년에는 자신의 제자를 프랑스 올림픽 대표선수로까지 키워내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뉴칼레도니아에 태권도장은 10여개로 모두 윤 사범의 제자나 제자의 제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도 없고,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는 윤 사범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태권도를 지도할 것이고 단 한 명의 수련생이 도장을 찾아도 기꺼이 도복을 입겠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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