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연대'(대표 강원식)라는 모임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정치인 국기원 장악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연대’에 대해서는 지난달 22일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홍준표 의원 등 7명의 이사를 보선하자 엄운규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급조한 모임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 모임은 9일자 모 일간지에 정치인 국기원 장악음모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모임이 과연 어떤 성격을 가지고,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는 이제까지 그 주축 인사들이 보여온 행태를 돌아보면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6월 국기원을 법정법인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한창 태권도계의 의견을 모아야 할 즈음에 수장인 엄운규 전 원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기원이 법정법인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원장이 사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는 이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사표를 반려하기로 결의했다. 이러한 이사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엄 전 원장은 이사들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국기원 이사회나 태권도인의 날과 같은 관련 공식행사에 아직까지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국기원 이사회와 태권도 관련 공식적인 자리를 외면하면서도 엄 전 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을 해왔다. 그리고는 은밀히 임시이사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제출했지만 함량미달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엄 전 원장은 자신이 내민 명단을 문체부가 수용할 것으로 예상, 임시 이사 13명을 이끌고 국기원으로 입성하려했지만 결국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문체부가 태권도계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고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알려진 오 모 인사를 국기원에 들여보내려 했다는 소문이 국기원 안팎에 널리 퍼졌다. 임시이사 명단을 내민 엄 전 원장은 물론 다른 인사들까지도 싸잡아 오 모 인사보다도 국기원 개혁에 적합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문체부가 알아서 자신을 밀어줄 것으로 믿었던 엄 전 원장으로서는 이용만 당한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체부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내지 않고 국기원을 지켜온 5명의 이사들이 중심된 이사회가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비롯한 7명의 이사를 보선하는 등 본격적인 정상화 단계를 밟아나가기 시작하자 엄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다. 엄 전 원장을 비롯한 7명이 강남 모 호텔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정치인에게 국기원을 맡길 수 없다고 결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엄 전 원장이 이사회에 불참하고 국기원을 외면하고 문체부와 밀실거래를 해온 행위에 대해 어떤 비판도, 반성도 없었다. 게다가 문체부의 종용에 따라 사표를 던지고 국기원을 떠났던 이사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일언반구 해명이 없었다.

국기원을 문체부에 맡기고 자발적인 국기원 정상화 노력을 포기했던 이사들이 국기원 재입성이 힘들게 되자 뒤늦게 자신들이 제출한 사표를 돌려달라고 떼쓰거나, 모임을 급조해 ‘정치인 국기원 장악’ 운운하는 것은 사리사욕만을 내세운 것일 뿐 진정으로 국기원 사태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게 태권도계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엄 전 원장 사퇴 이후 태권도계는 국기원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우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너는 안 되고, 나는 된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것이 국기원 안팎에서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는 인사들의 사고방식이다. 오죽했으면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정치인에게 국기원 정상화를 맡기려 하는지, 태권도인들이 진정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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