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은 경기를 종료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하루 일과를 돌이켜 볼 때 ‘나는 심판으로서 경기장에서 활동을 같이했던 동료 심판, 선수, 학부형에게 정말 공정하게 판정했던가’를 반성할 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만 됩니다.”

조현도 관장이 경북협회 정명엽 회장(왼쪽)으로부터 우수심판상을 받으며 악수로 축하받고 있다.

제10회 경북태권도협회장기대회에서 우수심판상을 수상한 조현도(영남대태권도장 관장)의 말이다.

 조현도 관장은 1982년 사병으로 육군을 제대하고 안동 풍산의 고향 작은 마을에서 모심기를 하던 중 지금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궁핍을 면할 수 없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 어느 날 세면도구만 갖추고 무작정 무전여행을 떠났다. 그러던 중 물 좋고 인심 좋은 봉화의 춘양에 이르러 자리를 잡고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박만은(현 대구 박만은태권도장 관장), 이형교, 권현채, 강상희, 김석호 등을 비롯한 10여 명의 경북 대표선수를 배출하였으며, 1992년 경북 대표팀 전임코치를 맡아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1995년 경북협회 윤종욱 전무이사의 추천을 받아 심판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상대를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만 내리는 코치와는 달리 출전선수 양측을 평등하고 공정하게 판정해야 하는 심판생활의 적응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엮이게 되는 인간생활의 크고 작은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판정과 코치생활을 통한 탁월한 경기감각을 살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는 주변의 평가로 그는 불과 4년 만에 경북협회 심판분과 부위원장의 자리에 올랐다.

30여 명의 심판을 관리 감독하는 그는 “심판의 순간적인 실수로 피해를 입는 선수들도 생길 수 있으므로 한 경기 한 경기의 개인별 심판 판단력을 세밀히 분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 또한 경북 지역은 다른 타 시도에 견주어 지역이 넓고 모든 심판들이 태권도장을 경영하고 있어 경기 때마다 자신의 체육관을 휴관하며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 많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임 회장단의 결정으로 대부분의 경기가 주말에 진행되고 있어 심판, 코치, 선수, 학부형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단다.

재작년부터 겨루기 심판위원에서 품새 심판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조 관장은 품새 경기가   한게임 한게임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고, 경기시간이 너무 짧아 순간적인 방심으로 한 동작만 놓치면 바로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판에 위촉되는 날에는 밤 9시만 되면 바로 숙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심판은 형량을 선고하는 판사의 심정으로 경기에 임해야 됩니다. 주변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인연 등으로 개인적인 감정에 흔들리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도 패한 선수가 생길 수 있고, 그런 선수는 분한 마음에 평생을 태권도와 인연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심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봉사한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고요. 심판부의 중책을 맡을 때에는 될 수 있으면 우리 체육관 수련생들은 경기에 출전을 하지 않습니다. 심판을 하면서 내가 지도하는 수련생들의 판정에 개입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양심을 팔 위험이 있으니까요.”

그는 이번에 수상한 우수심판상이 주변사람들로부터 앞으로도 냉철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달라는 당부로 알고 자신 관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북=장태영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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