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수신(修身)인성교육태권도장. 심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대학(大學)의 가르침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비롯된 뜻을 가진 도장이다.

이 도장 수련생들은 태권도 수련에 앞서 우선 촛불 명상을 통해 집중력 훈련에 들어간다. 지도자들은 실내의 불을 모두 끈 뒤 초에 불을 붙이고 수련생들을 둥글게 앉힌 뒤 타오르는 촛불을 응시하도록 한다. 하루종일 소음과 공해에 지쳐 정신이 산만해진 아이들에게 한곳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 마음을 가라앉힌다.

수신 인성태권도장은 지난 1얼 북경에서 열린 한, 중 우호태권도대회에 출전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묵언바위체험 수련도 이뤄진다. 수련생들은 약속된 10~20분간 혀를 입천장에 말아 붙이고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고 숨쉬기를 단전으로 끌어내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훈련을 한다.
이 방법은 평상시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과잉행동이 심한 아이들에게 자제력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

27년 전부터 경기도 여주에서 도장을 경영했던 김일영(48) 관장은 1995년 5월 이 곳에서 새로이 도장을 개관하며 태권도 수련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자기 자신의 심신을 단련하여 바른 인성을 함양한다’는 의미를 새기며 ‘수신인성교육도장’이라 이름을 붙였다.

김 관장은 고양으로 옮겨오기 이전에 태껸을 비롯해 검도, 단전호흡, 요가 등 동양의 무술들을 홀로 수련하고 연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동양적인 교육 심리학을 근간으로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지혜로움과 강인함을 심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점을 도장에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평소 신문과 TV 시사교양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본다.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며 지나치게 의자에 오래 앉아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든가, 정신적으로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을 가진 아이들이 날로 늘어난다는 정보를 접하며 그는 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인식했다. 곧바로 태권도와 각종 무술을 수련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신체적, 정서적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육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 수신인성교육도장은 지난 12년 동안 도장 중심적 수련장을 지향해오고 있다. 놀이나 게임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발산하는 체육관식의 수련장이 아니라 태권도의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과 마음자세를 함양하고 무도를 통해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수신인성태권도장의 김일영 관장.

수신인성교육도장은 수련생들이 60분 동안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조용히 깊은 생각을 갖게 하며 태권도의 정수인 기백과 절도를 유지하도록 훈련한다. 학교체육이나 놀이, 게임 등 체육관 프로그램보다는 명상, 단전호흡, 검도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해오고 있다.

 수련생들은 선배반과 후배반으로 나뉘어 태권도를 배운다. 선배반은 검은띠와 품띠 수련생들로 구성된 반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특별히 뇌호흡 검도를 배운다. 10년 전부터 실시해온 검도 수련은 처음엔 주위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타 무술과 태권도를 병행해서 지도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이곳의 지도자들은 수련생들에게 지도를 할 때 꼭 경어를 사용한다. 경어는 힘이 담긴 말이다. 사범들이 수련생들에게 경어를 통해 수련내용을 전달함으로써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제자와 스승 사이에 신뢰감을 더 빨리 싹트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오전 9시에 도장으로 출근한다. 매일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체계적인 수련이 이뤄지도록 토론하기 위한 정기적인 모임이다. 요가, 검도 호신술, 품새 등을 수련하기 위해 모이기도 한다. 지도자들의 이런 성실함과 준비성에 많은 학부모들과 수련생들은 도장에 신뢰감을 갖고 있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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